김기춘 전 실장, '재판 개입 의혹' 검찰 출석

일제 기업 상대 강제 징용 피해자 소송 개입 의혹

입력 : 2018-08-14 오전 9:42:4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6일 석방된 지 8일 만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김기춘 전 실장은 석방 후 소환된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실장은 사법농단 사건 중 일제 기업 상대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 불법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지난 5일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김 전 실장에 대한 조사를 시도했지만, 김 전 실장이 응하지 않아 무산됐다. 김 전 실장은 병원 입원을 이유로 9일 검찰의 소환 통보도 거부했다.
 
법원행정처가 2013년 9월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란 문건에는 외교부의 부정적인 의견을 고려해 대법원이 판결을 연기한 정황이 담겨 있다. 여운택씨 등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원고 패소로 선고됐지만, 2012년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후 2013년 파기환송심은 각각 1억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이후 진행되지 않던 이 사건은 지난달 2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재판 개입 의혹과 관련해 외교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외교부 외에도 법원행정처 국제심의관실,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와 위안부 소송 관련 문건 작성 관여 전·현직 판사 여러 명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달 1일 외교부 관련 부서 사무실 외 나머지에 대해 "문건 내용은 부적절하나,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대한민국 대법관이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해 1월21일 구속된 후 562일 만인 이달 6일 석방됐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과 공모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한 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 심사 결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일 또 다른 2개 사건의 공소유지를 위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구속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보수 단체 지원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올해 2월1일 추가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어버이연합, 고엽제전우회 등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21개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김 전 실장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보고와 지시 시각을 조작과 관련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로 3월28일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7월 '비서실에서 실시간으로 시시각각 20분~30분 간격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박 전 대통령이 사고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고 허위로 기재하는 등 3건의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해 국회 등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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