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강화하면서, 국내 콘텐츠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 진출을 타진한 넷플릭스의 현재 가입자 규모는 20~30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OTT ‘옥수수(oksusu)’가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900만명을 넘어선 것에 비춰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테드 사란도스 넷플렉스 콘텐츠최고책임자가 지난해 5월 열린 ‘옥자’ 기자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넷플릭스의 글로벌 콘텐츠 투자액은 한해 80억달러(약 8조98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물량공세는 이어졌다. 실제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 5000만달러(561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김은희 작가가 참여하는 드라마 ‘킹덤’에도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독점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좋아하면 울리는’ 등 넷플릭스의 라인업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 콘텐츠제작사 관계자는 20일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면서 콘텐츠 제값 받기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면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업계에서는 국내 미디어 플랫폼사업자들이 넷플릭스에 맞서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는 점도 호재로 보고 있다. 올해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의 콘텐츠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한다. 작년보다 5배 늘어난 규모다. 우선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0~20대 시청자들의 볼거리 발굴에 주력할 계획이다. KT도 ‘올레 tv 모바일’에서 선보일 오리지널 웹드라마 등 자체 콘텐츠를 위해 전문 콘텐츠제작사 iMBC ‘해요TV’와 CJ ENM ‘다이아 TV’ 등과 협력하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사업자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통신시장에서 국내 콘텐츠업체와의 역차별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발굴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고 시장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등 국내 미디어 생태계의 관점에서 점검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