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두 달간 수사에 매진한 드루킹 특검팀이 아무 성과 없이 빈털터리 신세가 됐다. 국민 혈세에 수사 독립성을 무기로 출범하는 특검의 품격만 떨어뜨렸다는 비판 속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관련법 국회 통과 및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댓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드루킹 특검은 국민과 소통 창구인 공보라인부터 삐걱거렸다. 박상융 특검보는 지난달 25일 "드루킹 일당들을 조사한 후 정의당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며 드루킹 일당이 고 노회찬 의원을 협박했는지 심상정·김종대 의원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가 반발이 거세자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필요 시 수사 협조를 구하고 협조방식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태도를 바꿨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 수사 과정에 대해 브리핑할 수 있도록 명시한 특검법 12조는 드루킹 특검에 무용지물이었다. 정의당 관련 언급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허익범 특검이 직접 브리핑 일시 중단을 지시했고 박 특검보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잇달아 브리핑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달에도 여러 차례 당일에 브리핑을 취소하며 '말하고 싶을 때'에만 브리핑을 열었다.
이번 특검이 신병처리에 사활을 걸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소환 이전에 "김 지사가 드루킹과 공범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는 등 흠집내기식 일부 보도가 잇따르면서 우호적인 수사 상황만 먼저 흘린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이 성실한 수사보다 지나친 언론플레이를 앞세우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하자 허 특검이 지난 7일 직접 나서 "특검은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필요할 때만 일부 우호 언론을 적절히 이용한다는 '정치특검' 논란은 여전히 드루킹 특검을 둘러싸고 있다.
이번 특검 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공보 책임자인 박 특검보가 수사 전반에 걸쳐 인지하고 있어야 했음에도 수사팀이 그를 크게 신뢰하지 않았던 거 같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혼선이 빚어졌고 여러 논란을 낳았다"고 밝혔다. 반면 과거 특검 공보를 담당한 전직 특검보는 "수사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잘했다거나 못했다고 따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드루킹이 최근 특검 조사 때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개발 경위를 설명하며 "2007년 대통령 선거에 관여한 당시 한나라당 인사로부터 댓글 기계 정보를 듣고 대응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댓글조작 의혹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드루킹 말에 따르면 당시 한나라당은 약 30억원을 들여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댓글 조작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드루킹 특검 도입을 강력히 원했던 한국당은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현재 이 사안은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공소시효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따로 문제가 없다면 수사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검·경찰의 부실 수사 대안으로 출발한 드루킹 특검이 무기력한 민낯만 드러나면서 특검 대안인 공수처가 다시 떠오른다. 앞으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에게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수사를 기대하기 이전에 독립된 공수처에 전권을 주고 고위공직자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미다. 한 변호사는 "현재 계류 중이긴 하지만 특검과 공수처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봤을 때 앞으로 사건에 대해 공수처를 도입하는 것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 도입 목소리가 있는 것을 안다. 다만 특검 내 검사라고 해서 인지된 상황에 대해 일부러 수사를 안 하진 않는다. 이번 특검은 누가 했든 어려웠던 수사"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특검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