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기우였다. 지프 '올 뉴 랭글러'는 평창군 흥정계곡의 험한 길을 안전하게 돌파했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산 속, 사람 발길 흔적조차 없는 바위 사이사이도 올 뉴 랭글러가 달리는 순간 길이 됐다.
FCA코리아 주최로 지난 21일 시승행사가 열렸다. 코스는 온로드인 편도 1차선 마을길 5km와 오르막 흙길·바위·계곡물 등 오프로드 3km로 구성됐다. 이날 비가 내린 탓에 물이 제법 많았고 바위도 미끄러웠지만 돌파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직접 걸어 올라가는 것 보다 더 빠르고 안전했다.
올 뉴 랭글러는 기존 모델 대비 39mm 높아진 269mm의 최저 지상고를 확보해 최대 76.2cm 깊이의 물길도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은 "성인 허리 높이정도 잠겨도 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평창군 흥정계곡 돌파 중인 올 뉴 랭글러. 사진/황세준 기자
시승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락 크롤링(Rock-Crawling) 구간이었다. 물과 진흙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길 진입을 앞두고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었다. 구동기어를 '4륜 LOW'로 변경 후 출발하니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네 바퀴에 지속적으로 힘이 전달되면서 차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차체가 요동치면서 조수석 동승자는 손잡이를 찾느라 분주했다. 운전석에서도 멀미가 날 지경. 하지만 날렵한 스티어링 휠 조작감 덕분에 요리조리 균형을 맞추며 무사 통과할 수 있었다. 45도 기울기의 언덕 흙길도 '4륜 LOW'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조작만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반환점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려 외부를 살펴보니 범퍼 쪽에도 긁힌 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올 뉴 랭글러는 2륜 구동과 4륜 구동 모드 전환시 버튼이 아닌, 구동기어 노브 조작을 통해 바꿔줘야 한다. 팔에 상당히 힘을 줘야 노브를 앞 뒤로 밀고 당기는 게 가능했다. 시승 모델은 최상위인 '사하라' 트림이었는데 한 단계 아래인 '루비콘' 트림의 경우 별도로 전자식 스웨이 바를 분리하는 조작도 필요하다고 한다. 스웨이 바를 분리하면 지면이 일정치 않은 오프로드 주행 시 바퀴의 운신 폭이 넓어진다.
지프는 지난 2007년 랭글러를 선보인 지 11년만에 디자인과 성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4도어 가솔린 2.0 모델인 '올 뉴 랭글러 스포츠', '올 뉴 랭글러 루비콘', '올 뉴 랭글러 루비콘 하이', '올 뉴 랭글러 사하라' 등 네 가지 트림을 먼저 선보인다. 가격은 스포츠 4940만원, 루비콘 5740만원, 루비콘 하이 5840만원, 사하라 6140만원이다. 모든 모델은 미국 군용차를 평가하는 네바다 오토모티브 테스트 센터(NATC)의 오프로드 코스 테스트를 통과했다. 차량의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뱃지'가 이를 증명한다. 파워트레인은 새로운 2.0L 터보차저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최대 272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디자인은 랭글러 특유의 원형 헤드렘프, 사각형 테일램프, 사각형 사이드 미러 등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앞 유리창 시야를 기존 모델보다 넓히는 등 미세한 변화를 줬다. 실내는 센터페시아에 장착된 8.4인치 터치스크린을 켜지 않으면 '올드카' 느낌이 물씬 난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트럭을 운전하는 기분이다. 정면을 바라보면 차량 앞 부분이 상당히 많이 튀어나와 있어 투박함이 전해진다.
하지만, 올 뉴 랭글러에는 75가지의 첨단 안전 및 주행 보조 기술이 숨어 있다. 기존 모델에 적용했던 크루즈 컨트롤, 전자 제어 전복 방지(ERM), 내리막 주행 제어 장치(HDC)에 추가로 루비콘과 사하라 모델에 사각지대 모니터링(Blind Spot Monitoring) 시스템,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Rear Cross Path detection) 등을 새롭게 적용했다. 모니터링 시스템의 센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산 속을 헤쳐 나가는 동안 튀어나와 있는 나무 잔가지들을 감지해 지속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뒤따르는 차량이 가까이 접근하자 충돌 경고음이 울렸는데, 후진 기어를 넣어 후방카메라를 확인하니 실제로는 안전 거리 이상 떨어져 있었다. 회사 측은 "올 뉴 랭글러는 오프로드를 즐기는 고객 뿐만 아니라 데일리카로 사용하길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도 부합하는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평창=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