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를수록 부담…'파생상품평가손실'에 우는 상장사

CB·BW, 주가 오르면 회계상 손실로 인식…"자본잠식률 영향 우려"

입력 : 2018-08-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상승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회계기준상 파생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회사의 잠재적 손실이 재무제표상에 당기순손실로 잡혔기 때문이다. 실제 현금유출이 없는 손실이라서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체력이 약한 일부 기업은 회계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 상승으로 인한 파생금융상품 평가손실 인식이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는 22곳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결산 혹은 올해 반기 결산에서 주가가 오르면서 CB, BW 발행분에 대한 회계상의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손실’이 생겼다고 공시했다.
 
현재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가격조정(리픽싱) 조항이 있는 CB, BW는 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하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A 상장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이 7000원이었는데 주가가 1만1000원으로 오를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은 높아지지만 주당 4000원만큼의 내재적 손실이 생긴다. 회계상으로는 이를 미리 인식해 당기순손실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 회사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현금 유출이 아니고 회계상의 손실로 다음 결산시에 주가가 이전만큼 상승하지 않았다면 이익으로 바뀌 수 있다.
 
문제는 이 파생상품에 대한 회계 처리가 상장기업의 자본잠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당기순손실로 누적적자가 쌓여 자본총계를 넘어서게 되면 자본잠식 상태가 되는데, 코스닥 상장기업은 자본잠식률 50% 이상 혹은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기준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와이오엠(066430)은 지난 5~6월 발행한 제 17,18회 사모전환사채가 전환가액 조정 조건에 따라 파생상품으로 인식됐다. 회사는 올해 반기 결산에서 주가 상승 영향으로 CB에 대한 평가손실 259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 자기자본이 94억원인 와이오엠은 이 같은 평가손실분이 영향을 미쳐 자본잠식률이 289.48%로 높아지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올해 초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카페24(042000)의 경우 상장 당시보다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반기 결산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파생상품거래손실로 인한 자본잠식률 우려는 보편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지만 체력이 약한 기업일 경우 당기순손실 발생이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앞두고 있는 디지캡은 올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파생상품손실거래발생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이전상장 소식과 함께 주가가 오르면서 앞서 발행했던 교환사채(EB)에서 손실이 잡혔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이전상장을 앞두고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 전환 전까지 리픽싱이 계속되면 회계상의 손실금액이 점점 커지게 된다.
 
한국거래소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CB나 BW의 경우 각각 ‘전환권’, ‘신주인수권’이라는 성격 때문에 내재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이익 및 손실이 파생금융부채로 잡히는데 주가가 오르면 파생상품의 평가 손실을 회계적으로 미리 인식해 당기순손실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히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자본잠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그만큼 발행규모도 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가도 좋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다 괜찮은 상황인데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으로) 당기순손실이 생기자 그 이유를 묻는 투자자들의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공시를 통해 현금 유출이 없는 회계상의 손실임을 설명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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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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