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이달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화 되면서 신흥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 같은 신흥국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가 잇따를 경우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파급력 정도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견된 인상인 만큼 큰 위기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선 신흥국의 금융 위기가 번지면 수주량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다.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스토랑 옆에 외환 시세표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상반기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금리 인상을 예정대로 단행할 경우 해외 건설 시장에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은 자본유출과 함께 신흥국의 부채 부담을 높여 신흥국의 발주량을 줄일 것으로 판단된다. 신흥국이 갖고 있는 자본이 줄어들면서 개발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도국에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금융이 불안해져 발주가 지연되거나 취소된다"며 "신흥국은 시공자가 금융을 제공하거나 자본을 조달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발주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터키발 금융불안 등을 계기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취약신흥국의 환율, 금리 등이 급변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은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터키의 리라화는 올해들어 40% 가량 하락했고, 아르헨티나 페소화 역시 급락해 연초 대비 약 50% 떨어졌다. 이외에도 브라질의 헤알화 가치는 지난달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신흥국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신흥국 침체가 국내 해외 수주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선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미 예고된 점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돼 생각보다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김민형 선임연구위원은 "제일 큰 위기는 불확실성에서 온다"며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이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300억달러 내외로 수주액을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한 신흥국의 국가부도가 발발해 연쇄 반응으로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선진국들의 경쟁적인 양적 완화로 신흥국 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두세 배로 빚이 늘어난다"며 "임계치를 넘는 순간 신흥국 국가 부도에 따른 외환 위기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 위기가 전이되면 전체적인 건설 수주 파이가 감소하게 된다"이라며 "중남미에 경기 상황이 안 좋을 경우엔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