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관련 수사에 특수 4부를 전격 투입했다. 사건을 전담하던 특수1부와 3부에 이어 3개 부서가 투입되면서 검찰이 총력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수사 검사는 20명이 넘게 됐으며, 수사관 등 지원 인력 등을 합치면 100명에 가까운 인원으로 이는 검찰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위해 꾸렸던 특별수사본부 규모와 비슷하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곧바로 지나가야 할 길을 돌아가야 해서 투입돼야 할 인력과 노력의 정도가 많아 산하에서 가동할 수 있는 인원을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법원행정처의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개입 의혹 등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가 이 사건과 관련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은 208건에 이르지만, 법원은 23건에 대해서만 영장을 발부해 89% 이르는 기각률을 보였다. 검찰은 기각된 영장 대상과 사유 등을 공개하는 등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법은 검사 출신 부장판사를 영장전담 업무에 새로 배치했다.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의 2016년 압수수색·검증영장 발부 비율은 89.2%에 이른다. 압수수색 영장은 혐의가 일부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해 온 것이 관행인데도 법원의 지속적인 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회는 이 사건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재판부 독립성을 확보하는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고, 재판 거래 의혹 피해자들에게 재심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 논의를 시작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역시 영장기각 규탄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하면서 사법부는 여론으로부터 고립될 처지에 놓였다.
사법부가 이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은 높은 도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민주주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정점에 달하고 있다. 대법원은 검찰이 요구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인사·재판 자료 등의 제출을 거부하고,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함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는 사법 불신 해소를 위해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국민이 사법부에 가지는 마지막 신뢰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홍연 사회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