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4년에도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공관에서 강제징용 재판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봉수)는 2014년 하반기 김 전 실장이 박 전 처장과 조 전 수석, 관계부처 장관들과 서울 삼청동 비서실장 공관에서 회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2013년 12월 1일 김 전 실장과 차한성 당시 법원행정처장,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의 공관 회동에 이은 두 번째 공관 회동으로, 검찰은 일제 전범기업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과 관련된 후속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두 번째 회동 역시 김 전 실장이 이들을 공관으로 불렀으며, 재판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협의한 부분에 대해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외교부, 전범 기업 측 소송대리인이 여러 차례 접촉해 재판에 개입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고 측인 전범 기업이 대법원 재판부에 정부 의견서를 제출받을 것을 촉구하게 하고, 대법원 재판부가 그 요청에 따라 제출을 요구해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의견서 제출이 가능하도록 대법원이 민사소송 규칙을 개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행정처가 외교부에 규칙 개정 취지를 전달한 문서와 외교부에서도 만든 내부 문서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서로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서를 파악했고, 협의에 참석한 외교부 담당자들을 조사했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파견근무하면서 헌재 내부정보를 법원행정처에 빼돌린 의혹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최모 부장판사를 22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한다. 최 부장판사는 헌재에 파견 나간 2015년 2월부터 3년 동안 ▲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배상판결 ▲ 과거사 국가배상 소멸시효 관련 판결 ▲ 현대차 노조원 업무방해죄 판결 등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제기된 사건의 평의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불법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관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