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은행주가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인수합병(M&A) 이슈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의 주가는 5만400원으로 올해 1월12일 기록한 신고가(6만9200원)보다 27% 하락했다. 52주 최저가인 4만9350원과는 불과 2.13.% 차이다.
신한지주(055550)와
하나금융지주(086790)도 비슷한 모습이다. 두 종목은 올해 1월 중하순 각각 신고가를 기록한 뒤 20% 이상 하락했고 현재는 52주 최저가보다 3~4%가량 높은 4만2450원, 4만2400원을 기록 중이다.
화려한 실적과 반대 흐름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915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였고 하나금융도 역대 가장 많은 1조30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지주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5%가량 줄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지주는 이익 증가와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ING생명 인수 이슈도 있지만 주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적보다 채용 비리 수사와 대출 규제 강화, 금리 인상 기대 저하 등이 두드러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매 분기 실적은 좋아졌지만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이슈가 지속되면서 은행주의 주가가 하락했다"며 "최근에는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은행 이익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재료만 등장하면 반등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 위축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된 만큼 작은 계기만 있어도 주가 반등 폭이 상당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 시장금리 바닥권 인식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배당 매력 확대를 주목할만하다"며 "배당성향 상승과 이익증가로 배당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긍정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호실적을 배경으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고점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당 랠리에 대한 희망도 있기는 하지만 시장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