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이해곤 기자] 정부가 공급확대로 노선을 바꿔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전 정부들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신규 택지 후보로 지목된 지역들이 일제히 아파트값이 급등해 이런 우려감을 키웠다. 정부는 매물이 없어 힘들어하는 실수요자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수도권에선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하며 공급부족설을 뒤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9일 “추가 부동산 대책은 실수요자 보호, 투기억제, 맞춤형 대책 등 3가지 원칙 아래 공급 확대, 그리고 세제·금융 내용을 포함한 수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제·금융 쪽은 최근 논란이 됐던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문제도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추석 전에 내놓는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추가 공급대책이다. 전문가들 사이엔 8.27 대책에 이은 추가 공급이 가수요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미 공급확대를 발표한 8.27 대책이 개발 호재로 인식되며 집값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신창현 의원에 의해 유출된 경기도 신규 택지 지정 후보지 8곳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대부분 급등했다.
8곳은 안산 2곳, 과천, 광명, 의정부, 시흥, 의왕, 성남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이달 첫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가장 높은 곳이 과천(전주대비 0.88% 상승)이며 이어 광명, 의왕, 성남 순이다. 그밖에 시흥, 의정부, 안산은 보합세였는데 의정부, 안산 역시 전주보다 시황이 호전됐다.
반대로 8.27 대책에서 추가한 9곳의 규제지역 중 6곳은 상승폭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0.54% 오르긴 했으나 전주보다 둔화됐다. 개발호재만 아니었다면 규제 효과가 부각됐을 대목이다.
장기화된 저금리로 시장엔 유동성이 풍부하다. 아파트를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도 그만큼 많다. 부동산114가 지난 6월 말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연내 아파트 분양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76.8%로 지난해 조사보다 6.3%포인트 올랐다. 여기엔 시세차익 기대감이 섞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의 규제정책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 보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다주택자에 집중된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열풍도 일어났다. 상반기 분양한 경기 하남시 망월동 미사역파라곤은 억단위 차익 기대감에 8만개 넘는 청약통장이 몰렸다. 정부가 신규 택지를 내놓을 시 가수요가 몰릴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정부는 애초 주택 공급량이 적정하다는 입장이었으나 공급부족설에 떠밀려 노선을 바꾸게 됐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선 미분양이 확산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경기지역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2월 1877호에서 지난 7월 2031호까지 증가했다. 매물이 없다는 주장을 반증한다.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투기수요로 인해 일부 지역만 활황인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주택 공급은 가수요만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영·이해곤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