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일본 자동차의 국내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하반기 신차 라인업도 부족하면서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를 제외한 닛산, 혼다 등 일본차 업체들의 하반기 신차 출시계획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국내 신차가 없었던 닛산은 당초 오는 12월 중형 SUV '엑스트레일'을 출시하려고 했으나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인피니티의 SUV 'QX30'의 출시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혼다는 5월초 '어코드 2.0 터보 스포츠',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선보였지만 올해 추가적인 출시 일정은 없다. 토요타는 올해 2월 컴팩트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C'를 선보였고 다음달초 신형 '렉서스 ES,' 11월 플레그십 세단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차의 국내 시장 판매 실적은 2만7761대로 전년동기(2만8645대) 대비 3.1% 감소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도 18.7%에서 15.4%로 3.3%포인트 하락했다. 업체별 누적 판매량을 살펴보면 혼다는 6927대에서 4532대로 37.2%, 닛산은 4359대에서 3446대로 20.9% 감소했고 렉서스와 인피니티도 각각 7.0%, 18.3% 줄었다. 토요타만 46.9% 증가했다. 올해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도 상위 10개 차량 중 렉서스 'ES300h'(4718대)가 5위,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3808대)가 8위 등 일본차는 2개 차종에 불과했다.
다만 토요타의 경우 이달 6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현지 생산공장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던 점이 변수로 떠올랐다. 토요타 관계자는 "지난 11일부터 홋카이도 공장 가동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있다"면서 "13일부터는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차가 하반기 신차 라인업 부족으로 국내 시장에서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토요타가 올해 2월 출시한 '프리우스 C' 모습. 사진/토요타
일본차의 약세 원인으로는 부족한 신차 라인업 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올해 초 국내 시장에 복귀하면서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파격 할인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취했다"면서 "반면, 일본차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BMW 사태 이후 일본차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최근 결과를 보면 BMW의 수요가 아우디나 폭스바겐으로 이동했다"면서 "국내 시장에서 독일차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지만 일본차는 대중적인 브랜드라는 인식이 많은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도 일본차의 신차 라인업이 부실해 고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디젤게이트와 BMW 사태로 인한 디젤 엔진의 선호도 하락 추세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일본차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수입차의 8월 하이브리드 차량 순위를 살펴보면 포드의 '링컨 MKZ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면 9개 차종이 일본 브랜드일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BMW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파문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지만 서서히 증가하는 흐름으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친환경차 시대가 도래할수록 일본차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로 이동하지 않고 하이브리드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일본차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