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소음이 심한 해양경비정에서 12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뒤 25여년이 지난 후에 난청을 진단받은 전 해양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단독4부(김정환 판사)는 해경 출신인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공무상 요양불승인 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상요양비 지급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뜻하므로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지난 1991년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할 때 소음에 노출됐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근무를 마치고 25여년이 경과한 후 난청을 진단받아 자연적인 노화 진행이 청력 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하며 상당 수준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노인청 난청이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한 달에 10일 가량 실시한 출동 근무시 24시간 내내 소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음이 비교적 적게 발생하는 함장실에 근무했을 것으로 보이나 기관실과 휴게실 이용 시 상당한 소음에 노출돼 청력을 손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979년 해양경찰청 공무원으로 임용돼 해양경비정 함장 등으로 근무하다 2008년 퇴직했는데 2016년 좌우 청력에 대해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았다. 그는 공단에 공무상요양승인을 신청했지만 공단 측은 공무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나아가 A씨는 이에 불복해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이마저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