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고혈압 증상을 앓던 근로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고혈압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아니었지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 악화로 심근경색의 요인이 됐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박성규)는 자동차학원 강사로 일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A씨 유족 측이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망 원인이 된 질병이 업무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고혈압 치료를 받아오던 A씨는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해 고혈압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심근경색증이 발병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사망 전 12주 동안 일주일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지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근로복지공단도 A씨가 최소 52시간의 근무시간을 초과했다고 봤고, 이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며 "실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에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아 일정 휴식시간 역시 업무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일주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발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A씨는 10분간의 휴식시간 동안 수강생들의 교습완료를 증명하는 지문인식 감독을 했으므로 이 시간은 업무시간으로 봐야하며, 수강생이 결석했을 경우에도 늦게 출석할 것에 대비해 대기했기에 업무시간으로 역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운전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던 A씨는 지난 2015년 도로주행 교습업무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심근경색 등으로 판단됐고 A씨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불복한 유족 측은 심사를 청구했지만 두 차례 기각됐다. 결국 유족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