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특경가법상 유죄 판결을 받아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걸림돌이 남았다. 계열사 합병·분할, 상장을 비롯해 금융감독 등 자본시장 심사과정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신 회장 부재로 막혔던 지배구조 정지작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당초 롯데는 지주 전환 후 화학계열사 및 호텔, 관광 계열사를 체제 안에 편입하고, 금융계열사 정리 및 호텔롯데 상장 등을 계획했었다. 신 회장 구속으로 미뤄졌던 이들 계획은 다시 예정된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신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아 리스크는 지속된다. 법원은 신 회장에 대해 특경가법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해당 법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금융회사나 국가 및 지자체가 출자한 기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 물론 검찰이나 신 회장이 상고해 형이 뒤집힐 확률은 남아 있으나, 구조재편 과정에 취업제한 이슈가 상존하게 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취업 문제를 떠나 롯데케미칼 등 화학계열사의 분할·합병이나 재상장, 호텔롯데 상장 등 예상 절차 진행 과정에 당국 심사의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의 상장 시 심사요건을 충족하는 데는 기업지배구조, 경영투명성 등이 고려된다. 특히 상장규정 시행세칙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배임이 있는 경우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
금융회사들 역시 금융그룹통합감독이 강화되면서 문제가 된다. 추후 롯데는 금융계열사를 지주 밖 지배회사인 호텔롯데 계열 아래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호텔롯데는 롯데캐피탈 지분을, 부산롯데호텔은 롯데손해보험 지분을 확충하는 등 재편이 진행돼왔다. 따라서 앞으로 호텔롯데가 산하 금융집단의 지주격으로 금융감독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금융당국은 대주주를 심사하게 되는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호텔롯데 등기임원이자 대표이사인 신 회장의 자격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지난달 국회가 입법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안에는 금융회사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에 특경가법 위반 여부를 추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법리해석에 따라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신 회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법적 강제성은 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비슷한 배임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지는 의미로 7개 계열사 이사직을 모두 사임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기까지 이사직을 내려놨었기 때문에 신 회장도 여론압박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