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별다른 의사소통 수단이 없는 영아는 쉬지 않고 운다. 배가 고플 때나 목이 마를 때, 졸릴 때, 기저귀가 불편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울음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생후 4~6개월 사이엔 단순히 심심해서 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우는 아이를 흔들어 달래거나, 아이를 위로 살짝 던졌다 받으며 장난하는 등의 모습은 매우 익숙한 광경이다. 하지만 이처럼 흔한 아이 달래기 행위가 심할 경우 자칫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은 일반적으로 2세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어서 생기는 질환이다. 뇌출혈·망막출혈이 특징적으로 발생하고 그 외 장골이나 늑골의 골절 등 복합적인 손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질환 발생 시 약 30%가 사망하고 생존자의 약 60%가 영구적인 후유증을 겪는데 그 후유증이 실명, 사지마비, 정신박약, 성장장애, 간질 등 치명적이다.
국내에선 흔한 사례가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매년 1000명 정도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역시 수년 전 생후 3개월 된 아기가 8시간 동안 차량에 탑승했다 2주 후 극심한 구토와 함께 뇌출혈과 망막출혈이 생긴 사례가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도 흔들린 아이 증후군으로 사망진단을 받은 경우가 발생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주로 돌 이전의 아이들에서 많이 발생한다. 어린 아기들은 몸통에 비해 머리가 크고, 목에 힘은 별로 없으며, 뇌의 혈관은 아직 덜 발달돼 아이를 심하게 흔들면 머리에 쉽게 손상을 받게 되는 탓이다.
특히 2~4개월 아기들이 위험한데, 주로 아기를 돌보던 사람이 아기가 심하게 울면 본인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화를 참지 못해 아기를 심하게 흔들면서 손상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밖에 장난으로 아이를 공중에 던졌다 받는다거나 등에 업거나 어깨에 목말을 태워 조깅하는 것, 말을 타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아이를 흔드는 모든 행위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은 아주 심하게 아기를 흔드는 경우에만 발생한다. 부모가 안고 살살 흔들어 주거나 흔들의자에 눕혀 재우는 정도는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20초 이내로, 40~50회 정도 심하게 흔들었을 때 생기므로, 아기를 어르거나 달랠 때 너무 흔들지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증상은 아이가 보채고 토하면서 처지고 심할 때는 경련을 일으키고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어린 아이의 뇌는 심하게 손상을 받으면 짧은 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약하게 손상을 받은 경우에는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게 된다. 아이에 따라서 증상 이후 호흡 곤란을 겪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변정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의심되면 일단 아이가 정말로 아픈 곳은 없는지, 엉덩이가 짓무르지는 않았는지, 피부에 뭔가 찔리거나 아픈 일은 없는지 아기 몸 전체를 살펴봐야 한다"며 "그 후에도 아이가 계속해서 울고 고통스러워한다면 응급구조를 요청한 후 영아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흔들린 아이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생후 6개월 전의 아기는 자동차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은 삼가는 것이 좋다. 어른이 아기를 안고 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반드시 아기에게 맞는 카시트에 태우고 아기의 목과 머리를 고정할 수 있는 목 보호 쿠션 등으로 머리가 앞뒤 또는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1시간 운전하면 10분가량은 세워 휴식을 취하고 이때 아이 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우는 아이를 흔들어 달래는 흔한 아이 달래기 행위가 심할 경우 자칫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