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두환·김태촌 등 수감됐던 안양교도소 가보니

남성 미결·기결수 1800명 수용…배식당번제·직업훈련 '눈길'

입력 : 2018-10-16 오후 4:54:59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전국에 분포한 52개 교정시설에는 현재 5만7000명 상당의 수용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963년 9월에 지어진 안양교도소는 가장 오래된 교도소로 꼽혀 무려 55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1996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비자금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2005년에는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2008년엔 가수 전인권씨도 마약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었다. 얼마 전 2심 선고를 받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이곳에 수감됐다. 이씨를 포함한 1800여 명이 수용 중인 안양교도소를 16일 방문했다.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안양교도소 앞 사거리를 지나 안양교도소에 도착했다. 가로 290m 상당의 벽문을 통과하니 1800명이 수용 중인 교도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도소 내부 곳곳 낡은 모습에서 지어진 지 무려 반세기가 넘은 오랜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1층 천장은 2m가 채 안돼 보이는 낮은 높이에 수도관 등 배관이 천장에 노출돼 있었다. 안양교도소는 구조안전진단 결과 4개 시설에 대한 구조보강이 필요해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태지만 아직 재건축이 시작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교도소 1층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원격진료실이라는 팻말이 붙은 병동이었다. 수용자 중 200명 정도는 당뇨 등 질병을 앓아 수시로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중증 외에 치과 진료 등도 진료 항목으로 안내 돼 있었다. 목욕탕과 이발소, 교회당과 일을 하는 작업장 등도 같은 층에 위치해 있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수용자들이 주거 생활을 하는 사동이 나온다. 재소자들이 주로 지내는 수용거실은 모두 404개로 독거실 168개, 혼거실이 236개다. 168명만이 독거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수용자들이 교도소 내 1층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간인 오전 11시30분쯤 9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 한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는 수형자들의 이름, 생년월일과 선고일, 혐의 등 인적사항이 표기돼 있었다. 이는 담당 교도관만 확인이 가능하다. 미결수들은 범죄 혐의별 구분 없이 함께 지내지만 기결수는 분류돼 지내고 있다. 마약사범도 철저하게 구분돼 수용되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것은 3명의 이름 위에 당번 표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9명 가운데 3명씩 돌아가며 배식과 식사 이후 식기 등을 정리하는 일을 맡아 하고 있었다.
 
신발을 벗고 방 안에 들어가자 향긋한 냄새와 함께 사동 복도에서 느껴지던 한기와 사뭇 다른 온기가 느껴졌다. 1월 종영한 TVN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보던 수용거실과 매우 흡사했다. 열 평 남짓에 불과해 보이는 방 가장 안쪽에 화장실 한 칸이 있었고, 벽에는 벽걸이 TV이 걸려있었다. 옷 등이 깔끔하게 수납된 공간도 돋보였다. 9명이 지내는 공간도 따로 정해져 있으며 취침시간 이외에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경우 누워있는 것은 금지된다. 창문 밖으로는 교도소 건물과 함께 널어 놓은 빨래 가지들이 보였다. 
 
시계는 따로 없었는데 여자연예인 그림이 배경인 손목시계가 벽에 걸려 있었다. 바닥에 과자 등 간식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도 놓여 있었다. 교도소 내에서는 영치금을 내고 훈제치킨, 라면에서부터 둥글레차 등 다양한 종류의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다. 수십 개 종류가 명시된 물품목록에 적힌 코드를 적어 교도관에게 건네면 물품을 받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많은 물품이 허용되고 있었지만 귀걸이나 가발, 립스틱 등은 반입이 불가능하다. 
 
안양교도소는 1800여명의 남성만 수용하고 있으며, 이중 기결수가 1235명으로 재판이 끝난 채 수형된 이들이 전체 수형자 중 70% 가량 된다. 또 이곳에서는 1,2,3심 선고를 받은 이들이 모두 함께 생활한다. 안양지원 피의자 및 피고인과, 인천지법 항소심 피고인 그리고 수원, 의정부, 서울동부지법 등 상고심 피고인 등이 있다. 지난달 6일 서울고법에서 2심 선고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영학도 이곳에서 복역 중이다.
 
같은 시각 1층 사업장에서는 20여 명의 수용자들이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도자기를 빚고 굽는 시설이 마련돼 향후 수용자들의 출소 이후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를 돕고 있었다. 이미 완성된 다양한 외관의 도자기들이 여러 점 진열돼 있었고 다음주 도자기 전시도 앞두고 있다. 직업 훈련을 신청할 경우에는 인근 직업훈련교도소로 이송도 가능하다.
 
교도소 시설에 안전성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지만 수용자들의 안양교도소에 대한 선호도는 꽤 높은 편이다. 수도권에 위치해 가족이 접견을 오거나 수용자들이 법원으로 재판을 받으러 갈 때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전과 재건축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데다가 대법원에서는 재건축 허가 판결이 났지만 여전히 진전은 없는 실정이다. 안양교도소 관계자는 “1700명 정원인데 1800명으로 초과 수용이 해결되지 않는데다가 노후된 시설로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16일 안양교도소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안양교도소 모습.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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