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로 표현 바꿔야"

유럽위원회·영국, '가짜뉴스' 용어 거부

입력 : 2018-10-17 오후 3:25:41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가짜뉴스'라는 표현 대신 '허위조작정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다. 이미 유럽위원회나 영국 등에서는 가짜뉴스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허위정보'로 용어를 대체해서 사용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허위조작정보는 특정 인물·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뉴스 형태의 정보"라며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이 받는 만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허위조작정보를 구성하는 요소로 ▲조작성 ▲의도성 ▲형식성 등을 들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최 교수가 내린 정의에 동의하며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 규제가 '표현·언론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정상적인 언론 활동과 구분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허위조작정보 규제 분야에 예외 규정을 삽입해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예외 규정에는 ▲정부 기관에 대한 비판과 풍자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 ▲권력기관·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의혹 제기 등이 포함된다.
 
유럽위원회와 영국 등 오래전부터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진 곳에서는 가짜뉴스라는 단어 대신 허위정보로 대체해 부르기 시작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3월 자문보고서를 통해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허위정보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가짜뉴스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한 뒤 지난 7월부터 '잘못된 정보', '허위정보' 등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정부 논의 기간만 18개월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를 허위조작정보로 바꿔 부르려는 시도가 보인다.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감사에 출석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가짜뉴스라는 표현보다 허위조작정보로 바꿔 부르려 한다"며 정부 안에서 표현을 달리할 계획을 밝혔다.
 
해외에서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들도 소개됐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럽은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방치하면 법적 책임을 묻는다"며 "국내는 이러한 법이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업자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유로(약 6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약 2500개 언론사가 모여 허위 콘텐츠를 감시하며 벌금까지 부과하는 IPSO(Independent Press Standard Organization)을 지난 2014년에 설립했다.
 
최은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도 독려했다. 최 위원은 "시민사회, 언론, 학계, 정부가 디지털 생태계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시민사회 중심의 사실확인(팩트체크)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안에 의한 규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독일에서도 거액의 벌금을 규제안으로 들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에선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고 너무 많은 콘텐츠가 차단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선거 기간 허위 콘텐츠를 제거하고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지난 7월 상원에서 기각된 사례가 있다. 이미 1881년 제정된 허위정보법으로 충분하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홍숙영 한세대 미디어광고학과 교수는 "나라마다 배경이 달라 해외 사례가 국내에 무조건 들어맞진 않는다"며 "법안뿐 아니라 민간기구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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