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원유 수매 가격 인상으로 주요 유업계가 우유가격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차가공 제품이 많은 디저트업계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낙농협회와 유가공협회가 원유 수매 가격을 리터당 4원 올릴 것으로 합의한 이후 유가공업체들은 우유 가격 조정에 나섰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8월 서울우유(1L, 흰 우유 기준)의 가격을 5년만에 3.6% 인상했다. 소비자 판매가격은 기존보다 80~90원 가량 증가한다. 남양유업 역시 16일 우유제품 가격을 평균 4.5% 인상한다고 밝혔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PB 우유제품 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인상률은 1%에서 최대 11%다. 매일유업도 우윳값 인상을 검토 중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흰우유는 적자"였다며 "5년동안 물가인상률이 산적해있지만 소비자 부담과 수요 감소 등을 걱정해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우유제품들. 사진/뉴시스
리터당 4원의 작은 변동에도 우유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는 '소비자 밀접 품목'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유는 소비자와 밀접한 품목이기 때문에 그동안 원유값의 변동없이 우윳값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번 가격 인상은 물가, 생산경비 등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문제는 도미노 인상이다. 우유가격이 인상되며 아이스크림, 빵, 커피 등 디저트 가격 전반에 변동이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우유가격이 상승되면 우유를 재료로 쓰는 커피, 아이스크림, 생크림 사용 케이크 등은 물론 버터, 탈지분유 등 제빵에 쓰이는 부재료 가격까지 도미노 인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리터당 원유값이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 인상됐을 때도 서울우유·매일유업이 흰 우유 가격을 인상했으며 이후 폴바셋·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의 일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이미 우윳값 인상은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에까지 작용했다. 나뚜루는 19일부터 녹차 맛 아이스크림인 '그린티 클래식' 싱글컵 가격을 8.5%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리아 역시 소프트콘의 가격을 지난 8월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인상했다.
우유업계가 디저트 전문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디저트업계 전반의 가격인상 가능성을 높인다.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백미당'을, 매일유업은 우유·아이스크림이 특화된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양 측 모두 "디저트 전문점 제품 가격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원유 가격 인상을 틈타 소비자가를 무분별하게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인상이 실제 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인지, 원가 인상 요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일부 업계에서는 수입 우유, 수입 치즈 등을 사용하면서 기회를 틈타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