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발달장애인 피의자 위한 진술권·법 시급"

서울변회 심포지엄서 장애인 진술권 강화 목소리

입력 : 2018-10-22 오후 6:22:05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지난해 한 지방법원의 법정에서 발달장애인 A씨는 검사로부터 ’연세가 몇이시냐’, ‘어떤 업무를 했느냐’는 등 발달장애인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았다. 
 
#지난해 B판사는 발달장애인 C씨에 대해 반말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C씨가 성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 대하듯 훈계하면서도 범죄사실과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다. C씨가 불안해했지만 신뢰관계인을 입회시키지 않았다.
 
#D검사는 발달장애인 E씨를 수사하던 도중 ‘피해자를 왜 밀쳤냐’는 질문에 이어 ‘(피해자가) 어떻게 화나게 했냐’고 물었고 ‘화나게 했다’는 답변만 들었지만 계속해서 ‘어떻게 화를 나게 했냐’고 반복해 일관된 진술을 유도했다. E씨는 해당 질문에 ‘화나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발달장애인 피의자와 피해자는 각 501명, 1711명이다. 피해자를 포함해 발달장애인 피고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검찰 수사과정에 이어 재판 단계에서도 이들의 진술권이 보장되지 않는 실태가 드러났다. 피해자만큼이나 장애인 피의자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관련법이 피해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법 개정 역시 요구된다.
 
22일 오후 2시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 회관 5층 정의실에서 열린 ‘사법절차에 있어서 발달장애인의 진술권 보장방안 심포지엄’에서 검찰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진술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변회 장애인인권소위원회의 이정훈 변호사는 검찰수사 단계와 기소 이후 재판과정에서 진술권을 침해당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검사나 판사가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 위주로 질문을 하고 이 때문에 진술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지난해 한 지방법원에서 재판장은 어려운 단어가 아니고 쉬운 문장을 구사했지만 반말로 피고인을 대했고 범죄사실과 관련없는 신문만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인은 판검사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서 만나는 상대편 변호사로부터 진술권 침해에 이어 인격적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 무임금 노동에 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발달장애인 측이 고용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청구를 진행했지만 이에 피고 측에서는 준비서면에 “지능도 부족하고 기괴한 행동을 하고 나이도 많은 뚱뚱한 중증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피고 측에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변호사들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 전달할 능력이 미약할 때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다. 법정에서도 재판장이나 법관이 피고인을 신문하는 경우 직권이나 피고인, 법정대리인, 검사의 신청에 따라 피고인의 신뢰인을 동석하게 할 수 있다.
 
명노연 변호사는 “피고인이 혼자 재판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어 피해자처럼 피고인에 대해서도 신뢰인 동석이 의무화돼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전담검사가 지정됐지만 같이 마련된 발달장애인 사건조사에 대한 지침은 관련법 내용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것을 바라는게 아니다. 발달장애의 특성을 알 수 있는 교육이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2016년 발달장애인전담사법경찰관을 배치한 경찰에 이어 지난달 76명의 검사를 전담검사로 지정한 바 있다. 도입 당시보다 10명 줄였다.
 
이날 법원, 검찰도 이어지는 토론에 참여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있는 차성안 수원지법 판사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법원이 발달장애인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경우 보조인을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이게 민·형사소송에 모두 해당되는지, 발달장애인이 원고, 피고일 경우에 국한될지 아니면 다른 형태를 포함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리과정에서의 보조인 역할이 발달장애인의 진술을 지원하는 역할과 거리가 있다보조인이 사실상 소송대리를 취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적 진술에 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법원에서도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조력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법률 등으로 정한 건 아니지만 법원 내 적극적으로 조력을 제공하는게 바람직하는 의견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도 나와 학력, 경력 등의 단어로 표현된 조서에서처럼 장애인들에게 해당 단어를 구사한게 아니고, 정제된 형태의 조서일뿐이라며 앞으로는 조서에 대해서도 녹취록 수준으로 남겨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담검사를 이번 하반기에 76명으로 줄였지만 전국 59개청이 있어 각 청에 1명 이상 배치한 꼴이므로 많이 소홀하다고 볼 순 없다“(발달장애인이) 일반적, 추상적 표현은 잘 이해하지 못하므로 이름, 명칭 등을 특정해 구체적 단어로 표현하고, 유도신문을 자제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을 하는 등의 유의사항을 담은 '장애유형별 이해 및 조사시 유의사항'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22일 오후 2시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장애인 진술권 보장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최영지기자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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