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최영지 기자] 2018년 국회 국정감사 최대 쟁점지로 떠 오른 대법원이 국회의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사법농단’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고 송곳질문 세례를 퍼붰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인사말 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원들은 압수수색 영장청구 기각 등 대법원의 미온적인 수사협조와 박근혜 청와대가 연루된 재판개입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먼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백 의원은 피감 기관장 자격으로 참석한 안철상 처장 등 법원행정처 간부들에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주거 평온 보호’ 등을 이유로 기각된 전례는 한 번도 없다”면서 “유독 사법농단 사건 수사와 관련해 ‘주거 평온 보호’를 이유로 영장 청구가 숱하게 기각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는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 대해 청구한 것도 기각됐다.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도 “다른 사건에서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이 80%를 넘는데, 사법농단 수사는 반대로 기각율이 80% 수준이라며 백 의원 지적대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전·현직 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국민 사건과는 천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에게 약속하고도 법원이 와해될 위험에 처하자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 답변하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안 처장은 “헌법 기초한 기본권 문제이기 때문에 (주거 평온)도 충분히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구속영장이든 압수수색 영장이든 영장도 재판”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현 법원행정처에 대한 질타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행정처가 업무추진비를 방만하게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의원은 “법원행정처는 업무추진을 카드로 한다. 50개의 공용카드를 사용한다”면서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답변에 따르면, 대법원장도 실장도 아무 카드나 가지고 나가서 쓰기 때문에 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금 의원은 또 전자법정 구축사업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출신 공무원이 세운 회사에 대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정 업체가 전자법정 유지보수 계약을 하도급 받으면서 원청업체보다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간다. 원청업체가 바뀌더라도 하도급을 맡는 그 특정업체는 변동이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처장은 “전자법정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지적하신 내용을 고려해서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처음 들었느냐”고 붇자 안 처장은 “자세히 보고받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이날 국감이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상규 법사위원장(자유한국당)의 감사 개회 선언 직후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해 “김 대법원장이 춘천지법원장 재직시 법원행정처로부터 지급받은 공보관실 비용에 대해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장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독립적인 사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의원들이 국감에서 직접 질의를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공보관실 운영비가 비자금으로 운용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데, 여러차례 해명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며 “직접 답변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전에도 유사사례 거론됐지만 다 직접 대답하지 않았고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답했다”면서 “대법원장이 직접 답하면 정치판으로 끼어들 수밖에 없다”고 반대했다. 여·야간 설전이 가열되자 여 위원장은 여상규 위원장이 절충안으로 김 대법원장이 인사말에서 개략적으로 답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강력히 반발하자 “오전 중으로 김 대법원장이 의원들 질의에 답변 자료를 제출하라”고 정리한 뒤 40여분 만에 속개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인사말과 함께 "의원들 질의에 대해서는 국감 종료시 마지막 인사말과 함께 밝히겠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했다. 여 위원장이 각당 간사들을 불러 진화에 나섰으나 합의에 실패하자 결국 국감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10분쯤 뒤 야당 의원들이 국감장으로 돌아오면서 속개됐지만, 이렇다 할 질의 없이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서 휴정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