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1번가' 상담공무원 뇌경색…법원 "공무상 질병"

"평소 철저한 건강 관리했으나 과도한 스트레스 받아"

입력 : 2018-11-04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출범 직후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한 온·오프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인 '광화문 1번가'의 현장상담 공무원이 업무 후 뇌경색 진단을 받은 것에 대해 법원이 공무상 질병이라고 인정했다.
 
심홍걸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판사는 공무원 주모씨가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 감정촉탁의는 주씨가 급성 뇌경색의 주요 원인인 고령이 아니고 고혈압 및 심장질환이 없어 격무와 스트레스가 뇌경색 발병의 50% 정도를 일조했다는 소견을 냈다"며 "주씨는 평소 전혀 흡연하지 않았고 술만 가끔 마시는 등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씨가 업무로 병이 발생했거나 악화된 것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원에 컨테이너를 연결해 만든 임시 사무실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민원인과 온종일 상담해야 하는 상황을 공무원의 통상적 근무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직전에 내근 업무를 수행했던 주씨는 뇌경색 발병 무렵 현장상담 업무를 했는데 익숙한 업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또 "주씨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정책제안을 받아 그 요지를 정리하는 업무를 수행하기로 했었으나 만족스러운 답을 받지 못한 민원인들의 상담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민원인의 욕설 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 주씨가 배우자와 지인 등에게 수차례 상담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당시 임시 사무소 근처에 수시로 행사가 열려 상당한 소음이 노출된 상태에서 귀가 울리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지난해 6월 행정자치부 현장상담 업무를 수행하며 한 고령의 민원인을 상담하다가 어지럼증을 느껴 업무를 중단했다. 이후 증상이 반복돼 병원으로 후송됐고 '기타 뇌경색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공무원연금공단에 공무원요양 승인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질병의 의학적 특성으로 비춰 주씨 질병은 주씨 직무 수행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보기 힘들다. 주씨가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업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주씨 질병은 체질적 소인 또는 지병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의학적 소견"이라며 불승인 통보했다. 주씨는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