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BMW 차량 화재 원인이 회사가 지목했던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바이패스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EGR 모듈만 리콜했지만 캐나다에서는 흡기다기관도 리콜 대상에 포함해 차별 논란까지 더해졌다.
사진/국토교통부
BMW 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은 7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BMW 측이 주장했던 화재발생 조건인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이번 화재 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발화 가능성 확인시험을 실시한 결과 'EGR 밸브'가 화재와 연관이 있었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리콜과 관련해 BMW가 주장한 발화 원인 외에 다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BMW는 지난 8월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화재 원인 중 하나로 EGR 바이패스 문제를 지목했다. 당시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 부문 수석부사장은 "화재가 발생하려면 EGR 쿨러 누수현상과 함께 긴 주행거리, 장시간 주행, 바이패스 밸브가 열린 상태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EGR 쿨러 파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 제어 관련 프로그램인 전자제어장치(ECU)의 발화 연계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또 EGR 모듈 교체 전후 성능시험을 진행해 다른 원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다음달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BMW가 해명한 내용과 실제 화재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결과의 의미가 크며, BMW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했다"면서 "ECU에 대한 조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문제를 검증하면 정확한 화재 원인이 파악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이 7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BMW측이 원인으로 지목했던 'EGR 바이패스' 문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뉴시스
게가다 국내에서는 EGR 모듈만 리콜 대상이지만 캐나다에서는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하기로 하면서 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리콜 통지문을 보면 BMW 차량의 EGR 쿨러에서 냉각수 누수가 확인된 경우에는 흡기다기관도 교체하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BMW 피해자모임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BMW가 국가별로 차별적인 리콜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국토교통부는 즉시 BMW에 흡기다기관을 고내열성 소재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는 강제 리콜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BMW 화재 사건 피해자' 네이버 카페를 운영 중인 성승환 변호사도 "캐나다 리콜 방안이 알려진 후 BMW 차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조사단의 발표 결과와 캐나다의 사례 등으로 BMW의 논리가 약화되면서 향후 소송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MW 관계자는 "EGR 바이패스 문제는 화재 조건 중 하나일 뿐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지 않았다"면서 "이날 발표된 내용은 중간 결과이며,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