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무부가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재판부 설치 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찬성 입장을 냈다. 재판받을 권리와 사법권독립 침해 소지가 있어 위헌이라는 대법원 입장과 상반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공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 검토의견서>에서 법무부는 “위헌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삼권분립 테두리 내에서 재판 공정성 확보하려는 입법취지에 비춰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근거로 “특정규범이 개인대상 또는 개별사건 법률에 해당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바로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고, 차별적 규율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고 답했다.
특히 법무부는 대상 사건을 특정 법원,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대법원 주장에 대해 “이미 다수 개별특검법이 대상사건의 전속관할을 규정한 선례가 있고, 추천위 추천을 2배수로 규정해 대법원장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어 사법부 독립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해당사건 재판 1심을 의무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에 그치고 법관을 기속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상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전날 법사위 요청으로 낸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의견서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또 “추천위 추천을 받은 법관들 중 대법관이 재판 담당 법관을 지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 침해 문제가 있다”며 “이 때문에 위헌법률심판제청 등이 이뤄지면 오히려 해당 형사재판에 대한 공정성,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등 의원 57명은 지난 8월14일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재판부 설립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여야간 논박이 이어지다가 최근 접점을 찾는 듯 했으나, 일부 야당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