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위기에 처한 자동차업계가 정부에 내수 활성화 및 부품업계 금융지원 등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14일 서울 서초동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초청, '자동차산업 발전위원회'를 열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 박한우 기아차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 최종식 쌍용차 사장을 비롯해 1·2차 부품업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자동차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제 지원 등 내수 활성화 및 부품업계 금융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또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자동차 환경규제 기준의 합리적 조정, 인센티브제를 통한 친환경차 활성화 정책 마련, 업계 현실을 반영한 최저임금제 운영, 노동 유연성 확대 및 노사 간 교섭력 균형 확보 등도 요구했다.
자동차 업계가 14일 위기극복을 위해 내수활성화, 부품업계 지원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현재 자동차업계는 실적 부진으로 인한 완성차의 경영위기, 부품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산업 생태계 붕괴,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놓여있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0%나 급락했다. 기아차도 3분기 영업이익이 1173억원으로 2분기(3526억원)보다 66.7% 감소하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준영 기아차 사장은 지난 9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의 생존을 걱정하고 협력사들의 자구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전분기 대비 3분의 1에 불과한 3분기 실적, 연이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치 등은 회사가 처해있는 현 주소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3분기 220억원 영업손실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한국지엠은 국내 철수설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했고 최근에는 노조와 법인분리 사안을 놓고 극심한 대립을 벌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인기 차종의 후속 모델이 출시되지 않으면서 10월까지 내수 누적 판매량이 7만1157대로 전년 동기(8만2282대)보다 13.5% 감소했다. 완성차 5사가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지자 부품업계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
한편, 완성차 업체들은 신규투자 확대, 신차 개발 가속화, 부품 협력업체들과의 상생협력 강화, 협력적 노사관계로의 발전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넥쏘와 관련해 협력사와 함께 향후 2200억원을 투자해 1000여명의 고용 창출 계획과 2022년까지 국내 연간 3만대 보급 목표를 공개했다. 한국지엠은 100여개 중소 협력사에 금형비 지원, 르노삼성은 35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펀드 지원, 쌍용차는 부품 국산화 추진과 협력사와 공동특허 출원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성 장관은 "함께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업계와 정부가 함께 협력한다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