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올해 코스닥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엔지켐생명과학이 홀로 미소 짓고 있다. 상대적으로 냉정한 시장 평가를 받고 있는 다른 새내기 기업들과 달리 차별화 된 파이프라인으로 훌쩍 오른 주가를 유지 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지켐생명과학은 올해 코스닥 상장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보수적 시선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눈에 띄는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 대다수 기업들이 상장 첫날 시초가를 하회하는 주가를 맴돌고 있는 반면,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으로는 엔지켐생명과학을 비롯해 알리코제약과 동구바이오제약, 엘앤씨바이오, 셀리버리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월21일 8만7000원의 시초가로 코스닥에 입성한 엔지켐생명과학은 20일 기준 10만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나머지 종목들이 25~36.5% 하락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원동력으론 핵심 파이프라인인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EC-18'이 꼽힌다. 대표적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꼽히는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 등 고술 기능을 억제하고 감소시키는 질환이다. 이 증세가 나타날 경우 암 환자의 면역력에 이상이 생겨 예정된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관련 치료제로는 암젠의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피그라스팀)'가 대표적으로, 연간 5조원에 이르는 매출로 시장 대부분을 장악 중이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5년까지 13조45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뉴라스라를 견제할 만한 대체 치료제로는 지난 6월 밀란·바이오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를 획득한 바이오시밀러 '퓰필라'와 한미약품이 내년 허가 획득을 목표로 개발 중인 '롤론티스'가 있다. 퓰필라는 뉴라스타 대비 30% 가량 저렴한 약가가, 롤론티스는 상대적으로 긴 약효지속기간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국내외 대형사들의 시장진입 노력 속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엔지켐생명과학 치료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효능과 가격 측면에서의 경쟁력을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EC-18은 기존 주사제가 아닌 경구제로 복약 순응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호중구 생성을 촉진하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과다 이동을 막는 방식인 점도 차별점이다. 이를 통해 뉴라스타를 사용할 수 없는 환자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가격 역시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며 2020년 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신규 상장 바이오기업들이 공모가나 시초가 대비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회사 자체에 대한 가치 평가보다는 최근 제약·바이오산업 전반에 적용된 차가운 시선이 회복되지 못한 면이 크다"며 "하지만 눈에 띄는 차별성을 지닌 일부 기업들은 이런 여파에서 자유로운 편인데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의 혹독한 신고식 속 호구중감소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지닌 엔지켐생명과학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엔지켐생명과학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