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사이버견본주택 제작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적발된 업체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업계 1위 업체인 ㈜마이다스아이티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LH가 발주한 입찰에서 들러리사들을 내세워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다스아이티와 ㈜비욘드쓰리디, ㈜킹콩 등 3개사는 해당 기간 18건의 입찰(49억원 규모)에서 낙찰자와 투찰가 합의, 기술제안서 대리 작성 등을 통해 담합을 실행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담합 실행 이전인 2012년 하반기부터 저가 경쟁으로 낙찰가가 50% 이하로 떨어지자 출혈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담합을 주도했다. 당시 기술평가 통과가 불투명했던 ㈜비욘드쓰리디는 안정적인 입찰 물량 확보를 위해 담합에 동의했다. 같은해 12월 2개사는 마이다스아이티 별관 3층 회의실에서 만나 가격 경쟁 대신 낙찰사를 번갈아가며 정하기로 합의했고, 담합 후에는 들러리사에 낙찰물량의 일부를 하도급 주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불했다. 입찰 마감 하루 전에는 ㈜마이다스아이티 실무자가 ㈜비욘드쓰리디 사무실을 방문해 합의한 대로 투찰하는지 직접 감시하고, 마감일에는 ㈜마이다스아이티가 그보다 낮게 투찰해 낙찰을 받았다.
특히 ㈜마이다스아이티는 하도급 단가와 관련해서 ㈜비욘드쓰리디와 문제가 발생하자 ㈜비욘드쓰리디를 몰아내고 계속해서 낙찰을 받기 위해 자사의 하도급업체인 킹콩을 ㈜비욘드쓰리디 몰래 들러리사로 참여시켰다. 이 과정에서 ㈜마이다스아이티는 킹콩을 법인화시켜 입찰조건을 조성하고, 기술평가 점수 산정방식을 악용해 ㈜킹콩의 기술제안서를 대리 작성하는 식으로 ㈜비욘드쓰리디와 다른 경쟁사들의 기술평가 통과를 차단했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13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총 9건의 입찰에서 지속적으로 담합을 실행해 평균 낙찰가 96%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받아왔다. 하지만 발주처인 LH가 감사에 나설 것을 우려해 2014년 5월경 담합을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사건이 단순 담합이 아니라 경쟁사를 입찰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잠재적인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비욘드쓰리디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2016년 결국 폐업했다. 공정위는 ㈜마이다스아이티와 ㈜킹콩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1100만원, 1억3900만원을 각각 부과하고, ㈜마이다스아이티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