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정경부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개특위 첫 회의가 한 달 전인 지난달 24일 열렸지만 업무보고와 공청회 정도만 진행됐을 뿐 심도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소위원회 운영은 난항이다. 문제는 정개특위 활동 기한이 오는 연말까지로 논의가 촉박하다는 점이다. 선거제도 방향 논의와 관련 법률 개정안 처리 기한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거대양당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우려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현행 선거법이 앞으로 유지될 경우 가장 이득을 볼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선거제도를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다. 자유한국당의 적극성은 더 떨어진다. 지난 19일 열린 정개특위 제1소위원회는 한국당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아울러 의원 정수 확대에도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의 방식은 국회를 불신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사실상 논의를 보이콧하겠다는 말과 같다.
이쯤되면 국회가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지워내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국회의 불신을 지워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성과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안부터 차근차근 처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선거연령 18세 하향 이슈는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 선거연령 하향은 그간 찬성 입장을 보인 다른 4당과 달리 한국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당이 선거연령 하향 논의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정개특위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선거연령을 낮추는 환경은 충분히 조성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선거연령 하향 권고의견을 이미 2013년에 냈다. 중앙선관위도 2016년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밝혔다. 정개특위는 지난 21일 공청회에서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를 북돋고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선거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쯤되면 '더 넓은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은 마련된 셈이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선거운동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조속히 합의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을 놓치면 기회를 다시 잡기 어렵다.
박주용 정경부 기자(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