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가맹이나 하도급 분야 등의 '갑질' 피해구제 성과액이 올해 역대 최대인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을의 반란'이 '공정경제·혁신성장·소득주도성장' 기조의 현 정부 들어 한층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뉴스토마토>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입수한 '공정거래 분쟁 조정 실적 결과'에 따르면 11월30일까지 조정원이 처리한 사건처리 건수는 총 3299건이다. 피해구제 성과액은 1003억원이다.
전체 건수와 액수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피해구제 성과액은 실질적인 피해구제액과 조정으로 절약된 소송비용을 합친 것으로, 11월말까지의 액수는 공정거래조정원이 문을 연 뒤 11년 동안 가장 많다. 연말까지 합치면 처리건수의 경우 4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고, 피해구제 성과액은 1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사건처리 건수는 3231건으로 이미 11월말에 지난해 기록을 넘었다. 또 사건처리 건수를 구성하는 성립건수도 같은 기간 1479건으로 나타났다. 역시 지난해 전체 1470건 보다 많다. 성립건수는 공정거래조정원 조정이 성립돼 당사자들이 원만하게 합의에 이른 사건을 말한다.
조정안이 양쪽 혹은 어느 한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불성립 건수로 분류되고, 조정 자체가 중지된 것은 종결로 계산된다. 성립에 불성립 및 종결을 다 합친 것이 전체 사건처리 건수다.
자료=공정거래조정원
무엇보다 피해구제 성과액과 사건처리 및 성립 건수가 이번 정부 들어 급증했다. 우선 피해구제 성과액을 보면 2014년 737억1700만원에서 2015년 723억9400만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946억93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사건처리 건수는 같은 기간 2082건에서 2316건에 이어 지난해 3035건까지 상승했다. 그 중 성립건수는 역시 984건에서 994건 그리고 지난해 1470건으로 역시 크게 늘었다.
분야별 처리건수로는 하도급이 1350건으로 가장 많았고, 공정과 가맹으로 분류된 처리건수가 각각 905건과 785건으로 뒤를 이었다. 약관은 172건이었고, 대리점 59건, 유통 28건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들 건수는 전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하도급이 1106건으로 처리건수 1위였고, 공정과 가맹이 769건과 831건이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조정원의 설명이다. 조정원 관계자는 "피해구제액 1000억원은 어찌 보면 적은 금액일 수 있지만 공정위 조치를 거치지 않고 조정원에 들어오는 사건들 상당수가 소규모 영세자영업자 사건인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며 "공정한 시장경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 것도 조정건수와 액수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관련해 공정위와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위에 의해 위법 판단이 끝난 사건이라 하더라도 추후에 조정원을 거쳐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해당 내용은 공정거래법 개정 사안이어서 올해 안에 법령 정비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