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우수 2차 협력사에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 8월 발표했던 경제활성화 방안의 일환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협력사 지원책 강화가 현재 재계에서 논쟁이 치열한 '협력이익공유제'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열린 이사회에서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상주 2차 협력사 89개사에 최고 43억2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생산성 향상과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확산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사업장 내 안전사고 예방도 꾀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기준으로 업체별 평가를 통해 구체적인 지급 금액을 산정한다. 해당 자금은 삼성전자와 2차 협력사 간의 직접적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외부 기관에 우선 기탁한 후 내년 1월 말을 전후로 해당 업체에 지급된다. 삼성전자는 또 업체 추가 선정과 지급기준 확대 등을 통해 30억원 범위 내에서 증액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센티브 지급 계획은 지난 8월 발표한 '경제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에 언급된 협력사 지원책 강화 방침의 일환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운영해 온 '우수 협력사 인센티브'를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고 인센티브 규모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는1·2차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해 온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기 위해 총 7000억원 규모의 3차 협력사 전용펀드(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를 추가 조성키로 했다. 협력사의 최저임금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 분을 납품 단가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경제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협력사 지원 강화 등의 대·중소기업 상생 계획을 내놨다. 사진은 지난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보급·확산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 중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앞줄 왼쪽에서부터 여섯번째),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일곱번째),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상대적으로 1차 협력사에 집중됐던 기존 대·중소기업 상생 방안의 한계점을 보완한 것으로 주목받는다. 2010년 말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후 대기업과 1차 협력사의 관계는 상당 부분이 개선 됐지만 2·3차로 갈 수록 지원이 미흡하다는 중소기업계의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 지금까지 2차 이하 협력사를 위한 상생 펀드를 운영하거나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1차 협력사를 거치지 않은 자금 지원은 드물었던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협력이익공유제'로까지 상생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목표 판매액이나 이익을 달성했을 때 사전에 자율로 맺은 계약에 따라 기여분을 나눠 갖는 성과 배분제도를 말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함께 발표한 '대·중소기업 간 견고한 신뢰기반의 생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에 포함됐던 내용으로, 현재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재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기업 경영의 독립성을 위반하고 대기업 이윤 추구 동력을 상실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311개사가 성과공유제를 운영 중이다. 그 중 1155건의 협력 과제를 시행 중인 포스코가 대표적인 우수 기업이다. 다만 포스코의 성과 공유제는 원가 절감이나 품질 향상 등 모든 형태의 협력활동을 성과로 본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협력이익공유제와 차이가 있다. 성과를 나누는 방식에서도 성과 공유제는 대기업이 납품 물량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성과를 공유해도 되지만 협력이익공유제는 오로지 현금 배분을 통해서만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행보를 협력이익공유제 확산으로까지 연결해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동반성장 활성화 차원으로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1차 협력사를 거치지 않고 2차 협력사를 우회 지원하는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도 볼 수 있다"며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순차적인 상생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문화를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