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김재홍 기자]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철회 검토에 착수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광주광역시의 중재력을 믿고 완성차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노동계의 주장에 이끌려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그룹 최고경영진이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는 전날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35만대 생산까지 임금·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이를 삭제하자는 광주시 제안에 곧바로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합의냐 포기냐는 광주시가 어떤 안을 내놓느냐에 달려있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양보한 만큼 더 이상 입장이 바뀔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1일 투자의향서를 제출할 때도 “반드시 투자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이후에도 “광주시가 처음에 제시했던 조건이 아니라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원칙론을 고수했다.
물론 현대차가 판을 깨겠다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예측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이는 사업 참여주체 간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대차와 광주시가 당초 6일 광주시청 로비에서 광주형일자리 최종 협약 조인식을 할 예정이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도 예정됐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조항 포함 여부도 불만이지만, 현대차가 실망한 본질적 이유는 광주시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사업은 파트너간 신뢰가 생명인데, 이것이 없으면 99%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도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현대차가 대승적 결단으로 ‘임단협 5년 유예 조항’ 삭제에 동의해 사업이 추진된다 해도, 이후 또 다시 현대차에게 양보를 권유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가기보다 울산에 자동차 생산라인 하나를 증설하는 게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론 현대차도 철회에 따른 부담감이 적지 않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는 첫 해에 자칫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또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이를 주도하는 이용섭 광주시장은 문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있는 일자리위원회 초대 부위원장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광주형 일자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대해 “협상 주체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다”며 깊은 관심을 표했다. 특히 협상이 타결되면 문 대통령이 직접 광주를 찾는 방안까지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광주 민심은 현대차에 대한 동정 여론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인근에 소재한 제조업체 대표이사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대규모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광주 지역경제에 많은 보탬이 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오길 바라지만 노동계가 직원들을 위한다는 핑계로 자기 고집만 피우는 것 같다. 현대차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채명석·김재홍 기자 oric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