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 누적 판매량 2000만대 돌파의 대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1985년 미국 진출 이후 33년 만의 쾌거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10만2600대를 판매해 누적 실적 2006만9050대를 기록했다. 누적 판매량은 현대차 1222만4199대, 기아차 784만4851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1985년 4월 미국 LA에 현지 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를 설립했고, 기아차는 이보다 약 10년 뒤인 1994년부터 미국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1990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었으며, 2004년 500만대, 2011년 100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 진출 초기 '엑셀'로 판매 붐을 일으켰지만, 1990년대 들어 낮은 품질과 정비망 부족 등으로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1999년 '10년, 10만 마일'이라는 파격적인 보증 프로그램을 시행해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문을 덜었으며, 이는 판매량 회복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차를 구매한 후 1년 내에 실직 등으로 더 이상 자동차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반납이 가능하도록 한 획기적 프로그램이었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부터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2016년에는 142만2603대로 연간 기준 역대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1891만3440대를 기록해 올해 2000만대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차종별로는 엘란트라가 누적판매 306만7177대로 1위에 올랐으며, 쏘나타(297만2840대), 싼타페(164만146대), 옵티마(140만8252대), 쏘렌토(128만7853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 진출 33년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했다. 미국 앨라배마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모습. 사진/현대차
다만, 올해 11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실적은 SUV 라인업 부족, 경쟁 심화 등의 요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중국과 함께 최대 전략시장인 미국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 세단의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재고 증가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LA오토쇼에서 최초로 공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통해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도 미국 출장길에 올라 팰리세이드 출격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에도 미국 자동차 시장이 정체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8월 중형 SUV 싼타페, 내년 초 대형 SUV 팰리세이드 출시로 미흡했던 SUV 라인업을 보강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