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인적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현대·기아차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던 화교 출신의 설영흥 고문을 비상임 고문으로 일선에서 빼고, 이병호 중국사업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킴과 동시에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했다.
현대·기아차는 16일 예정에 없던 대규모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중국연구소와 지주사, 생산본부 등을 합쳐 중국사업본부에서 교체된 임원 규모만 20여명이다. 설 고문과 함께 정락 중국제품개발본부장(부사장), 왕수복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사 부사장, 김봉인 베이징현대생산본부장(전무), 이병윤 둥펑위에다기아생산본부장(전무) 등도 자문으로 위촉되며 사실상 경질됐다.
차석주 중국기술연구소장(전무)과 이혁준 현대차그룹 중국 지주사 정책기획실장(상무)은 각각 부사장, 전무로 승진해 중국제품개발본부장과 중국 지주사 총경리에 보임됐다. 중국 현지 생산을 총괄하는 임원 인사도 이뤄졌다. 문상민 베이징현대창저우공장 상무는 베이징현대생산본부장에, 김성진 기아차 화성생산담당 상무는 둥펑위에다기아생산본부장에 각각 임명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중국 시장에서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국사업본부를 대상으로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중국에서의 영향력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6일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뉴시스
정 부회장은 올해 중국을 다섯 차례나 찾을 정도로 중국 시장 회복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0월 중국 판매량은 7만19대, 3만6002대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5%, 15.3% 감소했다. 특히 사드 보복에 시달리던 지난해보다 못한 실적에 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10월까지 중국 누적 판매량은 63만1171대, 27만8383대로 사드 후폭풍이 없었던 2016년(86만9000대, 49만3695대)과 비교하면 각각 27.4%, 43.6% 급감했다. 미국과 함께 최대 전략시장 중 하나로 평가되는 중국에서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3분기 어닝쇼크(영업익 2889억원)에 해당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 9월14일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며 사실상 경영 전체를 총괄하게 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첫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쇄신의 의지를 내비쳤다. 첫 인사가 디자인 혁신을 비롯해 수소전기차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인사는 경질의 의미가 강하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평가다. 연말 정기인사에서 추가적인 인적쇄신이 이뤄질지 그룹 내부의 긴장감도 커졌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