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달 우리 경제에 대해 '경기 둔화'라는 진단을 첫 공식화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에는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내수가 부진하고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KDI는 10일 'KDI 경제동향 12월호'를 펴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사진/뉴시스
KDI는 10일 'KDI 경제동향 12월호'를 펴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우리 경제는 수출이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으나,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경기는 다소 둔화된 상황에 있다"며 '경기 둔화'를 첫 공식화한 바 있다.
최근 우리 경제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일시적 요인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산업생산의 증가세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지난 10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의 증가에 따라 6.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추석연휴 이동의 영향이 배제된 9~10월 평균으로는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10월 제조업 출하도 전월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한 것은 일시적 요인이며, 제조업 재고율 역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는 증가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를 하회하면서 다소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 소매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0% 증가했으나, 마찬가지로 추석연휴 이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된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에 비해 3.5포인트 하락한 96.0을 기록하며 기준치(100)를 하회,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음을 보여줬다.
설비투자는 설비투자지수가 상승했으나, 추석연휴 이동 등 일시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평가다. 10월 설비투자는 조업일수 증가에 따라 전월 감소(-19.1%)에서 증가(9.4%)로 전환했다.
하지만 10월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이 줄고, 11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과 기계류 수입액도 감소하는 등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출도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11월 수출은 전월(22.7%)보다 낮은 4.5%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9~10월 평균(5.7%)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축소됐다. 수입은 자본재가 감소로 전환하면서 전월(28.1%)보다 낮은 11.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편 KDI가 실시한 전문가 경제전망 설문조사를 보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내년에 2%대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하향 조정되는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