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기아자동차 및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하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를 강화했다. 세대교체와 파격인사로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개막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12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제철 부회장에,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을 현대로템 부회장에 임명했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담당 부회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은 고문에 위촉됐다. 정 부회장이 지난 9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3개월만에 정몽구 회장을 보좌했던 핵심 임원들이 자리를 이동하거나 2선 후퇴를 하면서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보임했으며, 박정국 현대케피코 사장을 현대모비스 사장으로 발령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직접 영입한 인사들을 등용하면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우선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29일 인사에서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고성능사업부장(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을 현대·기아차 디자인 최고책임자(CDO)로 발령한 바 있다. 이들 모두 정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으며, 특히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그룹 역사 상 처음이다. 정 부회장이 실력 위주로 글로벌 핵심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영입된 삼성전자 기획팀장 출신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업체로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전략기술본부의 위상을 강화해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로봇, 인공지능(AI) 등 핵심과제 수행과 전략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 부회장은 전날 글로벌 수소 분야 주도권 확보를 강조하면서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공개했다. 오는 2030년까지 7조6000억원을 투입해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시장 선두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소속 연료전지사업부 내 실급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한편, 정 부회장 체제가 본격 출범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글로벌 핵심시장인 G2(미국·중국) 시장 회복 등 실적 개선이 당면한 과제다. 올해 11월까지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누적 판매량은 약 102만대로 사드 여파로 부진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96만9555대보다 소폭 증가에 그쳤다. 미국 시장에서도 올해 11월 누적 판매는 115만4470대로 전년 동기(118만791대)보다 2.2%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은 2조84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4조5747억원보다도 2조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기아차도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6622억원보다는 높지만 통상임금 1심 패소로 1조원 규모의 충당금 설정을 감안하면 역시 부진한 실적이다. 또한 지난 5월 중단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정 부회장이 매듭지어야 하는 사안이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