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발기부전치료제 대명사로 꼽히는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각 성분별 시장에서 나란히 선두에서 물러났다. 앞서 왕좌를 내준 비아그라에 이어 선방하던 시알리스마저 복제약 공세에 무너지며, 각 성분의 상징 의약품으로 꼽히던 오리지널 시대가 저무는 모양새다.
13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화이자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과 릴리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은)은 각 성분 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비아그라는 3분기 23억7000만원의 매출을 비롯해 누적 7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시장 1위인 한미약품 팔팔(15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팔팔은 올해 매 분기 50억원 수준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며, 20억원대에 그친 비아그라와의 격차를 벌렸다.
비아그라가 시장 선두를 내준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한때 국내 발기부전치료 세장의 40% 이상을 점유했던 비아그라는 지난 2012년 12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140억원의 팔팔에 일찌감치 시장 1위를 내줬다. 당시 13억에 불과했던 두 제품의 매출 격차는 올 3분기 70억원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다.
비아그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특허만료(2015년) 시기에 지난해까지 아슬아슬하게 시장 선두를 지켰던 시알리스 역시 올해 종근당 '센돔'에 선두를 내주며 비아그라와 같은 처지가 됐다. 3분기까지 시알리스는 55억원, 센돔은 6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센돔의 1위 등극 역시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시알리스는 지난 2015년 당시 207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며 센돔(52억)의 4배에 달하는 매출 규모를 보였지만, 지난 2016년 30억원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든 뒤, 지난해 3억원 수준까지 매출 격차를 추격당했다.
오리지널 발기부전치료제 매출 약세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된 2012년에만 20종 이상의 복제약이 쏟아진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복제약들의 공격적 가격전략 책정 탓이다. 팔팔은 출시 당시 1만2000원이던 비아그라(50mg 기준)의 20% 수준인 2500원에 출시됐다. 시알리스 역시 복제약 출시가 본격화된 2015년 20mg 기준 1만8000원이었던 약가보다 훨씬 저렴한 3000~4000원대 복제약들이 줄줄이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발기부전치료제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병 치료가 아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해피드럭(HappyDrug)'으로 분류돼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 역시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복제약의 가파른 성장세에 일조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허가받은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복제약은 100종이 넘는 상태다. 툭 하면 불거지는 이른바 '짝퉁' 비아그라·시알리스 적발 소식 역시 가뜩이나 힘 빠진 두 의약품의 기를 꺾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각 시장에서 절반 가량을 차지하던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점유율은 어느새 20% 수준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또 단순 복제약을 넘어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동아에스티 '자이데나(성분명: 유데나필)', SK케미칼 '엠빅스정(성분명: 미로데나필)'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들 역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의 매출을 갉아 먹는 요소로 작용했다. 자이데나와 엠빅스정은 3분기까지 각각 4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피드럭이라고 해도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처방의나 환자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벌이는 방식 등을 사용해왔지만, 해마나 늘어나는 복제약에 제품군 자체가 평준화되면서 그마저도 먹혀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왕좌를 내준 비아그라에 이어 선방하던 시알리스 마저 복제약 공세에 무너지며, 발기부전치료제 상징 의약품으로 꼽히던 오리지널 시대가 저무는 모양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