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실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마트는 이미 자발적으로 사용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연간 50억장을 사용하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전통시장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 감량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도 이같은 내용이 다뤄졌다. 간담회는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했으며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이사장, 김동혁 이마트CSR팀 과장, 최규동 서울시 자원순환과 팀장 등이 참석했다.
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은 지난해 기준 220억장으로 1인당 423장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당 70장을 사용하는 독일의 6배, 120장을 사용하는 스페인의 3.5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관련 법 손질에 나섰다. 환경부는 현재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와 165㎡(약 50평) 이상 슈퍼마켓에서 비닐봉투 제공을 전면 금지하고 제과점의 일회용 비닐봉투 유상 판매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법제처에서 이를 검토 중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처장. 사진/김은별 기자
이미 대형유통업체들은 시행령 개정안과 별개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자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09년 '비닐쇼핑백 없는 점포'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 환경부와 협약을 체결해 전체 매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백화점 및 편의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9월 식품관 내 일회용 비닐봉투를 없앴다. GS25는 편의점업계 최초로 지난 7월 종이 쇼핑팩을 도입했다.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에 위치한 중소규모 슈퍼마켓과 전통시장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연간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량이 약 50억장으로 추정된다. 1인당 1회 소비 시 비닐봉투 사용량도 전통시장은 1.98장으로 0.62장인 슈퍼보다 약 3배 가량 많다. 전통시장 주 고객층이 50대 이상이고 봉투 유상 제공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지 못해 현실적으로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 상인들 입장이다.
김미화 자연순환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비교적 대형마트 등 자발적 협약으로 일회용 비닐봉투 판매를 하지 않으며 속비닐도 1인당 1개 정도만 사용한다"라며 "일관성 없는 규제에 전통시장은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전통시장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감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혹은 시민단체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시장에서는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자발적 협약이나 지자체 예산을 통해 비닐봉투 사용을 감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순환연대에서 지난해부터 성북구 황금시장, 금천구 남문시장, 부천시 원미종합시장 등을 대상으로 일회용 비닐봉투 안쓰기 캠페인을 벌인 결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페인 이후 장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는 시민이 86.4%로 캠페인 시행 전인 61%보다 늘었다. 또한 지난 9월~10월 남문시장 모니터링 결과 한 매장에서 시민 10명 중 6명은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