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새해 기해년 수출 성장이 5% 이하를 넘어 마이너스까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가 내년 글로벌과 한국 경제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16일 <뉴스토마토>가 경제·통상 전문가 10인을 대상으로 '내년도 글로벌 무역 시장 동향과 수출 및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한 개별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년에 내수부진이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반도체·자동차 편중의 수출 구조를 떨쳐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상황이 장기화 된다고 볼때 한국은 서둘러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내년 수출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과 수출에 대한 국가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료 각 기관 종합, 제작=뉴스토마토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반도체 업종 성장률은 9.0%로 0.5%의 서비스업과 비교해도 쏠림 현상이 한층 더 두드러졌다. 국가 차원의 산업과 수출 패러다임의 변화를 기하지 않으면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 수출의 특성상 언제든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와 WTO 개혁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자동차 232조를 두고 우리에게 어떤 확답을 한 적이 없다"며 "우려했던 내용이 현실화 되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자동차로 확장할 경우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는데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에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당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전자와 건설업종을 제외한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서 업황이 부진하거나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제공=전경련·뉴시스
WTO 개혁의 경우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겉으로는 WTO 자체를 개혁하자는 것이지만 속내를 보면 중국의 불공정 보조금과 지적재산권 탈취 등에 대한 미국 주도 다자 차원의 압박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위원은 "개도국 지위의 한국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면 그 파장은 클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자차원의 대중국 압박 과정에서 중국과 함께 개도국 지위를 갖고 있는 한국이 덩달아 개혁의 파고에 휩쓸리면, 무역시장에서 누려온 이른바 '특혜관세지위'를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WTO 164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가 개도국으로 간주돼 있다.
반도체 시장 환경 악화, 미·중 무역분쟁, 232조, WTO 개혁 등 대외리스크에 정부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내년 한국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의 성적표가 엇갈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