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역세권 호재를 반기는 지역과 달리 반발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GTX-A 선로가 아파트 밑으로 지나가는 파주, 강남 등의 주민들은 공사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노선 변경을 요구한다. 이들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한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GTX-A노선 파주 교하동 지하차량기지 노선 변경에 대한 고시 자료. 사진/운정신도시시민엽합회
17일 업계에 따르면 GTX-A의 지하 차량기지 노선이 변경되면서 경기도 파주시 교하동 주민들의 우려가 제기된다. 운정신도시시민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파주시청은 파주시 교하동 '청석마을 동문아파트 8단지' 주민들에게 차량기지 노선 변경에 대한 내용을 고시했다. 당초 GTX-A 지하 차량기지는 동문아파트가 아닌 인근 하천인 청룡두천 아래 계획됐다. 그러나 이 계획이 바뀌면서 동문아파트 8단지를 비롯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청석스포츠센터, 지역난방공사 등의 밑으로 차량기지 터널을 마련키로 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설계 변경이 예산 절감 대신 위험 부담을 주민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아파트 밑으로 차량기지 건설 공사가 실시되면 아파트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 시공 과정에서의 발파 및 소음·진동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역난방공사의 가스탱크가 인접해 있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운정신도시시민연합회 대표는 "신한 컨소시엄의 도하엔지니어링 새롭게 노선 설계를 해 입찰을 따내게 됐다"라며 "노선 길이 단축, 경제적인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변경된 노선안이 실시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파주시청에 설계 변경 취소를 요구하는 1300장의 탄원서도 제출했다"라며 "국토부에도 탄원서를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노선 변경에 대한 요구는 강남 등에서도 제기된다. GTX-A노선이 관통하는 아파트 주민들 역시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노선 위에 위치한 청담현대3차아파트, 건영아파트 등의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노선이 한강변으로 변경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성중기 자유한국당 서울시의회 의원은 "청담동과 압구정동을 통과하는 GTX-A노선 상 환기구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지하의 오염된 공기가 주거 밀집지역 지상으로 배출될 것"이라며 "주거밀집지역을 관통하는 GTX-A노선은 한강지하구간으로 통과하는 등 노선의 위치변경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역에서 동호대교 구간의 GTX-A노선의 선형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용산구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식래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회 의원은 “민자 제안으로 기본계획의 일부 노선이 변경되면서 후암동과 용산2가동의 주택지역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사전에 어떤 설명이나 동의 없이 성급하게 진행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선 변경 요구가 잇따르며 GTX-A 사업이 연내 착공에 돌입할 시 주민 반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GTX-A노선에 이어 C노선이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등 다른 노선 사업도 연이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와 비슷한 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하보상법에 따르면 지하철이나 기차가 지나가게 돼서 지상에 지장을 주면 보상해줘야 한다"라며 "지하 40m 이하로 내려가면 지상건물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철로 변에 소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상건물에 대한 진동 같은 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