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물빛 대표 "견종·연령·환경 고려한 반려견 양육 맞춤 정보 제공"

(스타트업리포트)출판·캐릭터·에듀테크 문화기술융복합 콘텐츠 기업
3차례 교통사고·희귀 난치병 뒤 재활승마로 극복…"사회적가치 창출 소셜벤처 꿈꿔"

입력 : 2018-12-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20168월 설립된 '물빛(MoolBit)'은 에듀테크 기술을 적용해 반려견 양육 맞춤 정보를 망라하는 'Happy Puppy'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위치 기반 시스템으로 사용자 위치와 가까운 곳에 있는 동물병원, 반려동물 입장 가능한 카페·음식점 등의 업체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500만건 이상의 반려동물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견종, 연령, 상황에 따른 맞춤 반려견 육아정보 서칭이 가능하게 했다. 물빛의 정은경 대표는 "물빛은 사람과 자연,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콘텐츠, 에듀테크 기업이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기업"이라고 말한다.
 
정 대표의 창업은 반전이 있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았다. 오랫동안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던 정은경 대표는 2007년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진 가운데, 한 달 동안 3차례 교통사고가 겹치는 등 악재를 두루 겪었다. 치료 도중 면역 관련 희귀 난치성 질환까지 발생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망가졌다. 병도 병이지만 그동안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온 그로선 1년 이상 병원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절망적이었다. 정 대표는 "사회 생활을 모두 접고 살자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회는 한 권의 책에서 찾아왔다. ()과 교감해 병이 나아간다는 주제를 다룬 외국 서적이었다. 2010년 당시는 이른바 '재활승마'가 국내에 널리 보급되기 전이었다. 재활승마는 말과 교감하며 육체·정신적인 병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정 대표는 "말과 함께 3달 동안 교감하며 지냈다. 1년 동안 약물도 끊고 통원치료가 가능해졌다"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현대의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했다.
 
국내서 재활승마는 비용 탓에 특혜 받은 일부계층만 활용할 수 있던 실정이었다. 재활승마 자격증이 있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해외서 재활승마 자격증을 따고 국내로 들어온 정 대표는 말을 매개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의 사회적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화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 입학한 뒤 사업 내용 수정을 거쳐 우선 반려견을 시작으로 소셜벤처의 길을 선택했다.
 
2016년 자신의 반려견 '늉'이와의 힐링 이야기를 담은 '행복강아지 늉'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출판 쪽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행복강아지 늉' 관련 캐릭터 쪽으로 사업이 확장된 뒤 최근 반려견 육아정보 서비스 해피퍼피 앱을 출시하며 에듀테크 쪽으로 도약했다. 정 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가구의 50% 이상이 우리 해피퍼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를 소개해달라.
 
물빛(MoolBit)은 사람과 자연,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컨텐츠&에듀테크 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유기견, 파양견 수는 약 65만마리에 육박한다. 반려견 입양이 아무리 잘 이뤄진다고 해도, 10~20년 동안 반려견과 함께 살며, 자신의 반려견에게 맞는 지속적인 관리는 가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다. 해피퍼피(Happy Puppy)는 대한민국의 부족한 반려견 문화인식으로 발생하는 유기, 파양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서비스다.
 
왜 반려동물 케어인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해야 한다. 문제는 같이 살면서 힘들다고 여겨질 때 발생한다. 반려동물 키우는 게 어려워지면 자신의 삶도 행복하기 어렵다. 자식이 장애가 있다거나, 정신·육체적으로 아파 키우기가 너무 힘들면 부모 삶 또한 굉장히 힘들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반려동물 케어가 어려울 때 어떻게 하면 순조롭게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지, 같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반려견을 양육하면서 품종, 특성, 연령에 따라 문제점이 발생하거나 키우면서 힘든 점이 생기거나 할 때 포털을 찾아보거나 주변에 물어보거나 비용을 대서 전문가를 알아보는 것은 대체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해당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 방법을 몰라 결국 파양이나 유기까지 이어지는 케이스가 많다. 반려견의 품종, 연령 등의 특성에 맞춰 500만개 이상의 반려견 관련 솔루션을 데이터로 분석했다. 반려견의 건강, 행동, 문제점, 식음료 등 데이터를 통합한다. 동물 매개 치료(Animal-assisted therapy)를 포함한 알고리즘을 도출해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가.
 
출판, 캐릭터, 기타 미디어콘텐츠 등 문화기술융복합 콘텐츠 기업을 지향한다. 반려동물 스토리를 담은 문화기술 융복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려 한다. 내년 핵심 사업이 될 해피퍼피 애플리케이션은 반려견 육아학습 솔루션을 제공한다. 반려견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사전학습 정보를 해피퍼피 앱으로 제공한다. 해피퍼피 서비스는 반려견 상황 문제 발생 이전, 퀴즈 형태로 매일매일 배달하며, 반려견 육아를 보다 쉽고 행복하게 도와준다. 주요 서비스로 위치기반의 반려동물 동반 입장 가능 업체,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해피퍼피 라이프, 게임과 놀이 요소를 가미한 나의 강아지 룸 육성, 커뮤니티 시스템 또한 사용할 수 있다. 향후 고양이, 말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출판으로 시작해 캐릭터, 에듀테크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나가고 있다.
 
행복강아지 늉. 사진=물빛 
 
수익은 어떻게 발생하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12월21일 베타버전 출시) 전에는 출판 수익 모델이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3권 출판됐는데, 1, 3권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감사하게도 출판 수익이 기반이 돼 고정비 정도는 나온다. 두 번째 책은 작가 10명이 모여 함께 낸 것인데, 작가 인세 전체를 유기견 후원단체에 기부해 수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캐릭터 콘텐츠의 경우 영상 광고수익, 캐릭터 인형 납품 등으로 20%가량의 매출 비중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매출액은 4억원이다.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심혈을 기울인 사업으로, 베타버전을 거쳐 내년 2, 3월에 업그레이드 돼 공식 버전으로 나온다. 내년 마케팅에 집중하면 2019년 전체 매출은 40~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타트업으로서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면.
 
먼저 직원 채용 공고를 내면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원을 많이 하는 추세다. 우리는 1주일 내내 출근하지는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직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반려동물도 따로 떼어놓고 오랫동안 혼자 놔두면 문제가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직원들도 많아서 유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일주일에 1~2회 회의를 하느라 출근한다고 보면 된다. 팀 회의를 할 때에는 아기를 데려오거나, 강아지·고양이를 데려오기도 한다.
 
반려동물 기업 특성 탓에 이런 기업문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인력을 뽑을 때 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회사 규모가 30~40명 규모가 될 때까지는 대표 개인이 직원 한 명, 한 명을 케어할 수밖에 없다. 11 관리는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기도 하지만 팀 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전체회의를 할 때 '칭찬하기 릴레이'가 펼쳐진다. 1명당 2분씩 잡아도 전체 직원이 다하면 20~30분 이상 걸린다. 각자가 다른 모든 팀원들을 한명씩, 지난주 있었던 일과 관련해 칭찬하는 릴레이다. 칭찬을 하려면 다른 팀원의 행동과 말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관찰을 잘해야한다. 마지막은 자기 칭찬으로 마무리된다. 칭찬 잘 한 사람, 칭찬 가장 많이 받은 일을 한 사람은 왕관을 쓰는 재밌는 문화다. 사진을 찍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장기적인 문화로 가져가고자 한다.
 
단기·중장기 계획은 무엇인가.
 
반려견 맞춤정보 솔루션 '해피퍼피'는 어르신 세대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의 50% 이상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에 집중할 생각이다.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서비스 개발 초기부터 일본, 미국, 유럽 등 진출을 염두해 두고 데이터를 수집·분류했다. 우선 일본시장에 진출한 뒤 미국, 유럽에 나가겠다.
 
사람 냄새가 나는 기업가가 되고 싶다.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동물을 돌볼 수 있으려면 사람이 먼저 따뜻해야 한다. 기업이 성장해서 직원이 100, 1000명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인간적인 물빛의 기업문화는 지속해 나가고 싶다. 대표이기보다 누구의 언니, 누나, 엄마로 느낄 수 있는 기업가를 꿈꾼다. 대외적으로 프로페셔널 자세를 유지해야겠지만 기업 내부적으로는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 정말 궁극적인 목적은 누구나 행복한 직원이 될 수 있는 기업이다.
 
정은경 물빛 대표. 사진=물빛 
정은경 대표(왼쪽에서 3번째)와 직원들. 사진=물빛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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