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명분 없는 먹거리 가격인상, 소비자도 잃는다

입력 : 2018-12-27 오전 6:00:00
올해 식품·외식업계에서 손꼽을 수 있는 이슈 중 하나는 '가격 인상'이다. 상반기 콜라, 야쿠르트, 생수, 과자 등에 이어 하반기에는 우유를 시작으로 커피, 치킨, 햄버거까지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아무래도 이 업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소비재를 다루다보니 가격인상은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된다.
 
업계에서는 "인상 요인을 더는 감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항변한다.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이 원자재, 시설비, 인건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만큼 업계의 이러한 주장을 마냥 변명으로 일축할 수는 없다. 실제 일부 품목은 얼마 동안의 격차를 두고 가격이 인상된 것을 보면 인상 요인을 한꺼번에 반영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아직 인상 가격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바나나 맛으로 오랜 시간 인기를 받는 한 우유 제품은 내년 1월 가격이 오르면 6년 만의 조정이라고 한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푸념이 소비자 사이에서, 이를 전달하는 언론에서 익숙한 표현이 될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인상은 사회적 고민거리임이 틀림없다.
 
불가피한 인상 요인을 무시하고 오로지 소비자를 위해 가격을 수년째 묶어두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 논리에서 벗어난다. 그렇다고 소비자 부담을 무시하고 가격을 올리는 것도 긍정하기 어렵다. 품목에 따라서는 생활 필수재로 분류되는 제품을 과점 형태로 공급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을 보면 언뜻 수긍이 되지 않는다. 이 가격 인상 역시 9년 만에 이뤄진 것이라 원가부담이 쌓였을 만도 하지만,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프랜차이즈를 소유한 회장의 횡령 혐의가 언론에 보도됐고, 업체는 이로부터 사흘 만에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했다. 통상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인상을 예고하는 것과 달리 이때는 갑작스러웠다.
 
더구나 가격 인상이 가맹점주의 요구에 따른 것이란 회사측 설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가맹점주 단체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절차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을 정확히 소비자에게 알리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그동안 쌓아올린 소비자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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