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인들 "철거 철회하고 제조산업특구 지정하라"

"'제조 생태계' 떠나면 생존 못해"…리모델링·보존 촉구

입력 : 2019-01-08 오후 5:34:34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세운상가 주변 상인들이 도시재생 정책 추진 지역인 청계천 상가들을 철거하는 대신 리모델링해 보존할 것을 서울시에 촉구했다.
 
청계천 인근 상인·예술가 등이 모인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40여명은 8일 오후 입정동 221-1 계양공구 앞 텐트에서 '청계천-을지로를 제조산업특구로'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 청계천 인근 상인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입정동에서 '청계천-을지로를 제조산업문화특구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들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해제하고 수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를 제조산업문화특구로 전환해 리모델링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또 이미 철거가 진행 중인 3-1, 3-4·5 구역, 6구역의 기부채납 용지로부터 퇴거된 상인을 저렴한 월세로 재입주하게 하라는 등의 요구사항도 덧붙였다.
 
청계천 상인들은 세운 재정비 사업이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막개발'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운상가 인근 입정동 일대 세운 3구역 중 3-1, 3-4·5 구역은 지난해 10월26일 관리처분인가가 내려져 전면 철거에 들어갔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 따르면 사업장 400여곳의 상인들은 1~2개월 안에 대체 공장 부지나 가게를 찾아야 했고, 10% 이상은 폐업을 결정해야 했다.
 
단기간 빈 점포를 찾는 상인이 대규모로 생긴 뒤 세운상가와 종로 일대에는 4000만~6000만원의 권리금이 형성돼버렸다.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한 상인들은 경기 파주·천안까지 내몰렸다.
 
청계천 상권은 공장과 가게들이 분업해서 완성품을 만드는 일종의 '제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퇴거되면 생업 자체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공포도 크다.
 
강문원 두루통상 사장은 이날 "청계천 상권 1만곳에서 일하는 4만명이 가족 20만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이라며 "상인들뿐 아니라 생산공장도 고사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주말까지 세운상가 이주 시한을 받아든 평안상사의 홍성철 사장도 "상인들은 공익사업 미명하에 내몰리고 있다"며 "원주민 쫓겨나고 콘크리트 더미만 후세에 물려주는 개발이 아니라, 이탈리아 로마처럼 리모델링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상인과 교류하던 스타트업과 예술가들도 힘을 보탰다. 3D 프린터 제작 스타트업 아나츠의 이동엽 대표는 "세운상가 입주한지 1년반 동안 인근 상권과 협업하면서 스타트업 천국이라고 느꼈다"며 "40~60년 장인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 대세인 미래에 걸맞는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중구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있는 한 상권 골목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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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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