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텐 포켓’…아동 명품 활황

입력 : 2019-01-09 오전 10:40:53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광화문에서 회사를 다니는 40대 직장인 A씨는 10대 조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150만원대 아동용 프리미엄 패딩을 구매했다. 결혼 계획이 없는 A씨는 조카를 위해 매년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마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하나밖에 없는 조카를 위해 지갑 여는 것이 아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고가의 아동 의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오히려 주목을 받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합계 출산율은 1.0 미만으로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아이 우는 소리는 줄었지만 아동용품 기업들이 고가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 규모는 오히려 성장세다. 가장 적은 출산율을 기록했던 지난해 9월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장르는 전년 동기 대비 18.9% 신장했다.
아동 모델들이 쟈딕 앤 볼테르 청소년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청소년용 명품도 국내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동 명품 전문 편집매장 분주니어를 통해 올 가을부터 다양한 주니어 라인과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고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쟈딕앤볼테르는 청소년 라인을 통해 성인 컬렉션의 미니-(mini-me)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아동복보다는 더욱 다양하고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캐시미어, 실크, 가죽과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한다. 10대도 입을 수 있는 라이더 재킷이나 부츠 같은 제품도 있다. 야상 재킷은 31만원대, 원피스 13~21만원대, 바지 13~15만원대 등이다.
 
네덜란드 브랜드인 레 코요테 드 파리는 아동 컬렉션을 시작으로 성인 라인을 확대한 케이스이다. 캐주얼하고 톰보이 같은 티셔츠부터 러블리한 원피스까지 여성 의류로 느껴질 정도로 성숙한 느낌이다. ‘아동 버전의 프렌치 시크룩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에 분주니어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와 단독으로 소개한다. 대표 상품으로는 바람막이 코트 30만원대, 티셔츠 10~21만원대, 스커트 19~22만원대 등이다.
 
‘MISS L. RAY’는 오스트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로 미니멀한 유럽 감성을 담았다. 10대 소녀를 타깃으로 한 브랜드로 2019년 봄/여름(S/S) 시즌에 맞춰 분주니어에서 최초로 런칭한다. 성인이 입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블라우스는 19만원대, 원피스 18~25만원대 등이 있다.
 
고가 아동용품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녀, 손주, 조카를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VIB(Very Important Baby)'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녀' 가정에서 아이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데다 양가 조부모·부모·삼촌·이모 등 8명이 한 명의 아이를 공주왕자처럼 챙긴다는 뜻의 '에잇 포켓(여덟 명의 주머니)'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요즘엔 주변 지인까지 더해 '텐 포켓(열 명의 주머니)'까지 쉽게 볼 수 있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자녀들 이른바 '골드 키즈'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며 "1~2명의 자녀에 대한 소비가 집중되는 만큼 관련 시장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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