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백화점에서 종이 가격표가 사라지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대란에 이어 커피숍에서도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백화점에서도 자원 낭비를 줄이려는 친환경 물결이 일어나는 움직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2월부터 지하 푸드마켓에 전자가격표시기(ESL/Electronic Shelf Label·이상 전자 가격표)를 본격 도입한다고 3일 밝혔다. 본점을 시작으로 내년 점포별로 확대해 설치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푸드마켓에 적용된 전자 가격표. 사진/신세계
올 한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디지털’과 ‘친환경’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전자 가격표 도입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계획이다. 기존 종이 가격표의 경우 용지, 코팅 등 소모품이 많았다. 신세계백화점은 불필요한 인쇄 작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친환경 경영’을 실천할 예정이다.
전자 가격표는 과거 종이에 표시했던 상품의 가격 등을 전자종이와 같은 디지털 장치를 활용해 표시하는 방식이다. 중앙 서버에서 상품정보를 변경하면 무선 통신을 통해 매장 내 전자 가격표에 자동 반영된다. 가격이 바뀔 때마다 매장에서 종이 가격표를 출력해 수작업으로 교체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업무 효율성이 크게 증가하게 된다.
올 1월1일부터 주 35시간 근무 제도를 시작한 신세계백화점은 그 동안 업무 효율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게다가 7월부터 점포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면서 매장 관리자들의 작업 또한 간소화하기 위해 시스템도 개발했다. 신세계는 이번 전자 가격표 도입으로 비효율적인 작업 구조를 개선해 업무시간도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매주 평균 3000여개의 종이 가격표를 교체했는데 평균 22.1시간이 걸렸다. 매번 컴퓨터로 상품 정보를 입력하고 인쇄, 코팅까지 하면서 불필요한 업무 시간이 가중됐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종종 실수도 발생했다. 정렬되지 않은 디스플레이나 인쇄 상황에 따른 컬러 차이도 고객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겼다. 무엇보다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가격 정보 때문에 소비자 불만도 있었다.
이번 전자 가격표는 판매가뿐만 아니라 재고, 상품 상세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까지 고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SNS에서 인기 있는 제품 등의 경우 실시간 가격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에도 활용 가능하다. 실제 지난 3월 전자 가격표를 시범 도입한 이마트 죽전점은 전자 가격표 도입 이후 단순 반복업무가 대폭 사라지면서 종이 쇼카드 교체와 관련된 업무량이 9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표 교체와 관련한 단순 반복업무가 기존 대비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면서 남는 시간에 고객 응대를 비롯해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신세계백화점은 유통과 IT를 접목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지난 8월부터는 ‘스마트 대기 서비스’를 도입해 줄을 서지 않아도 식당가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식당 앞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이름만 올려놓으면 모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스마트 대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대기 정보뿐만 아니라 메뉴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쇼핑을 하는 등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백화점의 입장도 긍정적이다. 우선 대기 중 해당 매장을 이탈하는 고객을 최소화할 수 있고, 매장 관리자 역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 시간이 쇼핑 시간으로 전환되면서 매출 증대로도 이어졌다는 평가다.
조우성 신세계백화점 디지털이노베이션 담당 상무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 기술을 고객 편의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백화점의 비효율적 작업 시간을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더 편리하고 즐거운 쇼핑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