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댕댕이와 잘 살아가는 법

입력 : 2019-01-11 오전 6:00:00
아직도 분노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지난 8일 부산의 한 오피스텔 18층에서 20대 여성이 포메라니안 3마리를 창밖으로 던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아니 대체 포메라니안한테 무슨 죄가 있길래 그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는 대체 무슨 권리로 강아지 3마리의 목숨을 함부로 결정짓는가.
 
그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최고형은 징역 2년, 벌금 2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간 어떤 끔찍한 사건에도 동물보호법 ‘최고형’이 내려진 적은 없다. 통상 동물학대죄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 이 대한민국에선 동물을 함부로 학대하고 죽여도 실형은 내려지지 않는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버려진 개는 7만3002마리나 된다. 게다가 4분의 1 가량인 1만8442마리는 주인을 찾지 못하거나 수용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안락사됐다. 집계되지 않는 유기견 안락사까지 합치면 연간 2만마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1인가구 증가와 함께 애견인구는 매년 늘면서 '딩펫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아이 없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부부를 일컫는 말로 딩크(DINK)와 펫(Pet)의 합성어다. 애완동물을 자신처럼 아끼는 펫미족(Pet+Me)과 멍멍이를 친근하게 부르는 ‘댕댕이’까지, 언어조차 반려 동물에 대한 사회변화를 뒤따른다.
 
전체 세대 대비 국내 반려동물 보유 세대 비율은 2012년 17.9%(359만세대)에서 2017년 28.1%(593만 세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건설업계에선 반려동물 입주주택, 반려동물 놀이터, 반려동물 호텔, 펫존, 반려동물 케어센터 등을 짓는 것이 유행으로, 아예 반려동물 보유 세대를 다른 세대와 분리해 민원 걱정을 덜고 있다.
 
반려동물 테라피스트, 식품코디네이터, 도그워커 등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다. 최근 서울산업진흥원을 미래직업 키워드로 인공지능, 모빌리티 등과 함께 반려동물을 꼽았다. 특히, 미래직업 40개 가운데에서도 도우미 동물과 함께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동물매개 심리사는 눈에 띈다.
 
서울에선 지난해 동물매개치유활동이란 재밌는 실험을 시작했다. 도우미견, 테라피독(Theraphy Dog)은 유기견을 훈련해 사람과의 교류로 질병이나 부상·스트레스 등을 치유하도록 돕는다. 테라피독은 치매·자폐·재활·우울증·스트레스 등을 치유하는데 음악치료나 미술치료 등 다른 비약물요법보다 효과가 빠르다. 아이들이나 어릴 적 키운 경험이 있을 경우 보다 효과적이다.
 
병원이나 호스피스, 소년원, 복지관 등 특정계층은 물론 도서관, 공항, 장례식장 등에서 대중을 대상으로도 가능하다. 사람에게 버려져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유기견들이 테라피독으로 다시 태어나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유기견 3마리가 테라피독 테스트를 통과해 요양원 노인, 중증장애인, 뇌전증 환아, 미등록 이주아동 등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효과를 증명했다.
 
더이상 반려견은 사랑을 줘야하는 대상인 피동적인 존재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람은 반려견을 만남으로서 생활의 활력을 얻고 일상의 위로를 받으며, 성취감과 유대감을 익히고 상처를 치유받고 있다.
쓴 맛은 뺀 채 단 맛만 취할 수 없듯이 생명인 반려견을 우리 곁에 두려면 함부로 키워선 안된다. 책임감을 갖고 반려견을 존중해야 한다. 반려견을 학대하지 않고도 스트레스를 풀고 기쁨을 얻는 방법, 그게 첫 시작이다.
 
박용준 사회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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