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아마존과 구글이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은 '알렉사', 구글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내세워 글로벌 제조사의 가전에 자사의 AI 플랫폼을 탑재했다.
지난 8일부터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아마존과 구글은 다른 기업의 제품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사의 일부 제품을 알렉사로 구동시키는 모습을 연출했다. 샤프와 파나소닉, 하이얼 등 글로벌 제조사들도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자사의 제품에 탑재했다. CES에 참가한 주요 스타트업들도 자사의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구동하는 AI 플랫폼으로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택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왼쪽에서 둘째)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의 보쉬 전시부스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잔디깎기 로보틱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선택하는 것은 이미 많은 적용 사례를 보유하며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AI 플랫폼은 양질의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며 똑똑해진다. 학습 데이터가 많을수록 다른 AI 플랫폼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보유했다. 구글은 전세계 1위 검색 포털을 갖춰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다. 이처럼 아마존과 구글은 자사의 AI 플랫폼이 학습할 수 있는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갖추다보니 고도화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앞서 나간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를 무조건 추격하기보다 협력하는 전략을 택했다. 자사의 AI 플랫폼에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용도로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셈이다. 자체 AI 플랫폼 '빅스비'를 보유한 삼성전자도 이번 CES에서 알렉사가 자사의 TV를 구동시키는 모습을 연출했다. SK텔레콤(누구)·KT(기가지니)·네이버(클로바)·카카오(카카오아이) 등도 자체 AI 플랫폼을 갖췄지만 자사의 AI 스피커에 주로 탑재돼 적용된 기기의 수가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보다 크게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는 "IoT 기업들에게 AI 플랫폼은 필수인데 알렉사·구글 어시스턴트를 마치 표준처럼 채택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AI 플랫폼도 적용 기기를 늘려 학습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