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송영길 "북한 상대로 '접촉을 통한 변화' 계속해야"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 속 협상 다급함 보여…'행동 대 행동' 합의해야"
미·일·러 등 주요인사들과 친분 유지…"미 의원들에게 계속 서신 보내는 중"

입력 : 2019-01-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실에 들어서니 ‘작은 세계’를 만난듯 했다. 의원실 한쪽 벽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미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 주요 정상들과 찍은 사진들이, 책장에는 각 국 인사들이 보내온 책이 가득했다. 송 의원과의 인터뷰도 의원실 내 우즈베키스탄에서 보내온 테이블과 의자에서 진행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자 2017년 8월부터 11개월 간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지낸 송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중국 순방 등에 동행했다. 지난달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도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형성한 인맥은 향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의원실 내 세계지도, 각국 정상들과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송영길 의원실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등 굵직한 외교일정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시선은 복잡하다. 아직까지는 가장 큰 안보위협 요소라는 의견에 한반도 평화번영의 동반자라는 주장이 맞선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생각은 확고하다. 북한이 지난해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기존 핵경제 병진노선 대신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한 후 이에 걸맞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일각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데 대해 “북한이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유는 핵을 갖겠다는 것이 아니라 빨리 레버리지(영향력)를 만들어 협상하려는 다급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해도 완전히 성공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 사거리 측면에서만 실력을 보여줬지 정확도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여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를 두고 "서둘러 협상하려는 다급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송영길 의원실
 
“북한 관리들, ‘연 15% 성장’ 자신감 내보여”
 
이 대목에서 송 의원은 지난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의 책 내용을 소개했다. 태 전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는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을 만나 핵무기 개발을 만류한 내용이 있다. “조선은 핵무기를 가질 꿈도 꾸지 말라. 중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하면서 소련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경제가 악화돼 수천만 명이 굶어죽었다. 조선처럼 작고 경제가 취약한 나라에서 핵무기를 만들면 경제를 다 말아먹고 인민 생활이 어려워진다.” 마오 주석이 한 말의 속뜻은 논외로 하고, 이 문제를 현재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북한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이같은 의사가 확인된다는 것이 송 의원의 주장이다. “(북한 측) 관리들이 ‘연 15%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만리마 속도’라는 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담하고, 양보를 이끌어주는 것이 (내부에도) 신뢰를 주는거다.”
 
인터뷰 중 송 의원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한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Freemarket produce freedom’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경제영역에서 시작한 변화는 정치·사회 영역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토대가 바뀌면 상부구조도 바뀌는 것 아니겠나.”
 
송 의원이 북방경제위원장 시절 남북러 등 한반도 주변국 간 경제협력 틀 구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송 의원은 2017년 12월 북방경제위 1차 회의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국가 간 전력망 연계) 구축과 시베리아 철도를 활용한 철의 실크로드를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동해선 철도연결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6월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 방러 공식환영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송영길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철도·도로연결에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도 기대
 
특히 철도·도로연결과 관련해서는 주변국의 기대감도 엿보인다.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26일 철도·도로연결 착공식에서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면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바로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것이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도 “한국을 통해 북한에 가서 기쁘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그 사람들도 감개무량 한 듯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철도연결 문제 외에 러시아와 우리 측 사이에 액화천연가스(LNG) 추가도입, 쇄빙선·LNG선 발주도 논의 중이라는 후문도 전했다. 이같은 북방경제위원장 시절 성과에 대해 송 의원은 “나진·하산 프로젝트 복원 준비 등 여러 가지 일을 했다”면서도 “결국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본격적인 진전이 안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송 의원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 핵 포기의사를 밝힌만큼 현재 핵을 없애기 위한 북미 간 구체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북한의 현재 핵 폐기는 평화협정 제안과 같이 맞교환해야 할 판이다. 이를 위해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거나, 관계정상화를 위해 외교관계 수립 전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부터 설치하거나,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핵 리스트 신고-검증-폐기 카드를 맞춰가야 협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행동 대 행동으로 합의해서 시간표를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한국)도 노력해야 한다.”
 
2017년 12월7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1차회의 시작 전 송영길 북방경제위원장이 황창규 KT회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과 차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 의회와 행정부에 우호적 여론 조성 노력
 
이 과정에서 미 의회 내 우호적인 여론 조성은 필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정책들에 대한 미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은 북미 대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연방정부 일시 업무정지(셧다운) 상태까지 겹치며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다만 과거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제네바합의를 놓고 공화당이 했던 공격과는 강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송 의원의 설명이다. “사실 미 민주당 의원들도 스펙트럼이 넓지 않나. 그 안에서도 진짜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사를 통해 (북미 관계에) 비판적인 이야기를 접하면, 해당 의원에게 ‘내 생각은 이렇다’며 계속 서신을 보내고 있다.”
 
송 의원은 미 행정부 인사들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행히 군산복합체와 연관된 사람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업자 아닌가. 언젠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을 만나 ‘평양에 트럼프타워를 만들고, 1층에는 맥도날드를 넣자’고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꼭 전달해달라고 했다. 로스 장관이 웃으며 알겠다고 하더라.” 지금 당장 북미관계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송 의원 같은 개인의 노력들이 모여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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