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국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제약 산업 육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지만 경쟁력 있는 기술력에 정부의 구체적 육성의지가 더해진다면 국가 미래를 견인할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원희목 회장은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들의 꾸준한 투자 노력에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제약산업이 지닌 국부창출 잠재력이 폭발하기 위해선 정부의 강력한 산업 육성 실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원 회장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국가 주력산업 고전 속 차기 성장 동력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약산업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원빈국이자 인재강국인 국내 특성상 우수 보건의료 인력과 인프라, 세계 8위 수준의 임상경쟁력 등은 대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최적화 된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산업은 최근 10여년 간 비약적인 성장을 보여 왔다. 2000년대 이후 기존 내수 시장과 복제약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신약개발에 뛰어들며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0종의 국산신약이 탄생했고, 수출액도 2006년 8700억원에서 2017년 4조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5년 한미약품이 첫 테이프를 끊은 해외 기술수출 역시 지난해에만 4조75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선도물질부터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만 573개, 2030년까지 개발 예정된 품목을 합치면 953종에 이른다. 2011~2016년 3.9%로 전 산업(2.6%) 평균치를 크게 웃돈 고용증가율 역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서의 입지를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다.
원 회장은 이처럼 풍부한 성장 잠재력과 기여도에 비해 정부의 구체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도 제약 산업을 주목하며 육성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 와 닿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와 유사하게 한정된 시장과 적은 인구를 보유한 벨기에의 경우 정부가 전체 국가 R&D 예산의 40%를 제약부문에 투자하고 파격적 세금감면 등의 지원을 쏟아 부은 결과, 세계 신약 R&D 파이프라인의 5%를 보유하고 내수(약 14조원)의 4배에 가까운 52조원대 의약품 수출을 기록하는 제약강국이 됐다"라고 말했다.
국내 전체 R&D 투자 중 제약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반된 온도차다. 스위스 역시 연간 1000개 산학협력 프로젝트 연구비용의 50%를 지원한다. 매출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프로그램도 가동해 노바티스와 로슈 등 글로벌 상위 10개사를 보유한 제약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원 회장은 "국내는 신약을 개발했을 때 최소한의 가격 보장 같은 지원이 없고, 소통보단 정부 방향대로 업계가 따라가는 대표적 규제산업"이라며 "대통령이 나서 '제약산업=국가주력산업'이라는 선언 한 마디 정도만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인 만큼 정부의 노력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오는 2025년 글로벌 매출 1조 국산신약 탄생과 2030년 10조 매출 국내 제약사 출현, 2035년 의약품 수출 100조 달성 등의 성과를 자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17일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