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지난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10개 단지 중 절반 이상이 대구와 광주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도심 주택 공급이 부족한데다 지난 2~3년 동안 저평가된 부분이 정상화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각에선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 규제를 피해 투기 수요가 옮겨갔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광주 남구 봉선동 일대 모습. 사진/뉴시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전국에서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10개 단지 중 6개 단지가 광주와 대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위 5개 단지도 모두 대구와 광주 지역 아파트였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위치한 '한도'가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 아파트는 3.3㎡당 가격이 1년 전 1278만원에서 이달 2484만원으로 94%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용 61㎡가 지난 12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재개발을 앞둔데다 수성학군에 포함돼 집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만촌동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지금 6억3000만원에 호가되는데 재건축 추진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라며 "서울이나 외지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간상승률이 높은 2위 단지는 광주광역시 남구 주월동에 위치한 '장미' 아파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3.3㎡당 지난해에는 634만원이었지만 현재는 1175만원으로 전년보다 85% 상승했다. 이 단지 역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로 조합설립인가가 끝난 상황이다.
대구 달서구 성당동에 위치한 '성남' 아파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이 단지는 지난해 3.3㎡당 706만원이었지만 현재 1177만원으로 평가돼 66% 올랐다. 이외에도 △광주 남구 봉선3차한국아델리움 65%(1392→2298만원) △광주 서구 우진 63%(347→568만원) 등의 순으로 연간 상승률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광주와 대구 지역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진 이유로 공급 물량 부족을 꼽는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전체적으로 지방에 공급과잉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권"이라며 "대구, 광주 지역은 신규 공급이 적어 신축 아파트에 대한 희소성이 크게 부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의 투자 수요가 일부 넘어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비롯한 수도권보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 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워낙 지방이 침체되니까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는 지역들이나 공급부담이 없는 지역 위주로 투자 수요가 넘어갔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광주시에선 부동산 투기 의심이 일어 경찰청 등이 합동단속을 진행했다. 그 결과 15건의 투기의심 사례를 적발하고 5건을 행정조치했다. 또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지난해 실거래가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액이 108억으로 경기도와 서울에 이어 가장 많았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