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금융권, 퇴직연금 잡기 '딜레마'

초기시장 잡아라! 특명..뒤로는 눈치작전
경쟁 과열.. 역마진 감수 불나방 경쟁

입력 : 2010-04-07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안지현기자]퇴직연금 운용을 둘러싸고 과열경쟁이 빚어지면서 은행·보험·증권등 금융권이 딜레마에 빠졌다.
 
KT·포스코·한국전력 등 대형기업들이 하반기에 줄줄이 퇴직연금 운용사를 선정하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영업을 벌여 '실적'을 쌓아놔야 하지만 은행, 보험사 등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금리(7%대)를 감당하기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 황금어장 놓고 눈치작전 극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기업들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퇴직연금 사업 방향을 놓고 경쟁사들의 동향을 살피며 극심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올 하반기 KT, 포스코, 한국전력,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초대형 기업들이 줄줄이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모두 합치면 시장 규모는 7조원에 육박한다.  
 
금융권이 눈독을 들일만하다. 퇴직연금 시장 초기 트랙레코드(실적)가 중요한데다 기선잡기의 의미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금리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 금융사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시장에서 증권사 등이 7%대의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는데 은행·보험사 등은 이를 받아들였다가는 2~3%의 역마진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 역마진 감수..불나방 경쟁
 
올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의 최대어로 불렸던 한국수력원자력의 경우 4200억원 규모 퇴직금 운용을 놓고 30여개의 금융회사가 달려들었는데 증권사는 7%대, 보험과 은행은 6% 중반대의 금리를 제시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지금 증권사가 제시하는 요율이 지나치게 높아 경쟁하기 힘든 상태"라며 "하지만 퇴직연금시장은 매년 적립금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이는 곧 회사 자산규모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포기하는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최종화 금호생명 퇴직연금팀 부장은 "모두가 불나방처럼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역마진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초기 시장선점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알면서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못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눈 앞의 실적에만 현혹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감독당국 경고
 
은행권의 고민역시 마찬가지다. A은행 관계자는 "감당할 수 있는 금리 수준에서 상품을 제시하다 보니 저조한 실적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금리 경쟁이 부담스럽기는 증권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경쟁은 단순히 증권사만이 이끈 것이 아니라 업권 상관없이 모두 고금리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털어놨다.
 
보험업계 등 금융권에서 과열경쟁을 막고 시장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감독기관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무분별한 고금리 경쟁으로 퇴직연금 사업자의 건정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모든 퇴직연금사업자는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상품 제안할 때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심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공문서를 발송했다.
 
2월말 현재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은 은행이 48.5%, 보험 39.6%(생보33.4%,손보 6.2%), 증권 11.9%이다.
 
뉴스토마토 안지현 기자 sand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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