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내 자동차 산업의 해법을
‘광주형 일자리
’ 사업에서 찾는다
. 기업은 고임금 문제를 해결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적으로는 새 일자리 산업을 얻는다
. 성공모델로 안착되면 국내 다른 업종에도 응용할 수 있고 해외로 떠났던 공장들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
일단 투자 협상은 타결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하나는 종잣돈을 모으는 작업이다. 광주시가 59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차가 530억원을 내지만 턱없이 모자라다.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4200억원을 차입하고 1680억원은 투자유치해야 한다.
처음 시도하는 만큼 사업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민주노총이 반대하며 단체파업에 들어가는 등 분쟁이 가시지 않은 것도 투자자가 주저할 부분이다.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투자 자산 가치를 제고할 비전을 제시해야 하겠다. 일례로 추후 상장 계획을 잡고 실제 상장 여부에 따라 풋옵션이나 콜옵션 조항을 거는 방법이 있겠다.
여기서 국내 기업의 투자유치가 어려운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국내 자본시장에선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다. 외국인 투자자 등 기관들이 투자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원인은 기업들이 배당 등 주주환원에 인색한 데서 기인한다. 배당이 적다보니 주식시장의 단기투자성향도 부추긴다. 여기에 대북관계나 오너리스크 등이 겹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형성한다.
한진그룹이 애초에 주주친화적 기업이었다면 KCGI가 발들일 틈도 없었을 것이다. KT&G의 경우 주인 없는 기업으로 새 정권마다 수장 교체 위협이 있었지만 주주들이 나서 방어해왔다. 고배당기업으로 분류되는 주주환원 노력이 지지를 얻는 것이다.
배당으로 자본이 유출될 것을 걱정한다면 무상증자도 있다. 배당금 대신 주식을 나눠주는 무상증자는 회계상 자본 이동만 필요할 뿐 자본은 줄지 않는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런 무상증자에 적극적이다. 올해도 JW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다수 기업들이 무상증자에 나섰다.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제약사들은 매출 발생 전까지 막대한 R&D 자금을 조달할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본시장 융자를 적극 활용한다. 주주친화정책에 친해진 이유다.
다른 업종이라고 다를까. 성장이 아닌 유지만 하더라도 꾸준히 운영자본 조달 비용이 든다. 주가가 높다면 이런 걱정이 한결 줄어든다. 지금 대기업들은 주주 투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재벌집단에 속한 회사들은 은혜를 모른다. 실권은 순전히 지배주주 총수일가만 쥐고 있다. 총수일가는 회사를 내 것, 회삿돈을 내 돈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법인카드를 개인카드 쓰듯 쓰고, 횡령이 걸리면 법정 비용은 또 회삿돈으로 대신한다. 내 돈이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배당이 아까울 수밖에.
자본시장은 다른 말로 장기금융시장이다. 장기라면 최소 1년 이상이다. 그런데 국내 주식시장 소액투자자는 단기 시세차익에만 매달린다. 회사를 위해 투자했는데 배당 등 정당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드니 시시각각 주가 변동에만 혈안이 되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을 누가 ‘개미지옥’으로 만들었나. 시중 자금이 온통 부동산 등 투기에만 쏠린다. 기업이 주주에 보상하고 주주는 더 큰 보상을 위해 장기투자하는 선순환이 경제가 살 길이다. 기업이 사랑받는 길이다. 주주에게 돌려줄 돈을 그만 아까워하시라.
이재영 산업2부장 leealive@etomato.com